메시야 취임식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 복음서 말씀도 예수님의 메시아 취임식에 관한 내용입니다. 나자렛 회당에서 설교하신 예수님은 “ 이 성서의 말씀이 오늘 너희가 들은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라고 메시아 사역을 선언하십니다. 이는 예수님은 성령을 받은 자며 기름부음을 받은 메시아로서 이사야가 예언한 은혜가 실현되고 있음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씀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놀라우면서도 의아함으로 반응합니다. 18절,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시지만 사람들은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라고 반문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예수님에게 구원자가 아닌 “너도 사람이지 않느냐”라는 말입니다. 이들은 예수님을 조롱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예수님은 사렙다 과부와 나아만 장군의 이야기를 이들에게 들려줍니다. 엘리야 예언자는 북왕국 이스라엘 아합 왕에게 가뭄을 선포한 후 지명수배자가 되어 3년 반 동안 숨어 지내야 했는데, 그릿 시냇가에 물이 마르자 이방인 지역 사렙다로 피난을 갔습니다. 어린 자식을 데리고 살던 한 과부는 마지막 남은 양식으로 나그네인 엘리야를 대접했고 이에 엘리야가 그 집에 머무는 동안 양식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특별한 체험은 나그네를 자신의 처지보다 더 불쌍히 보고 마지막 남은 양식을 기꺼이 주어서인데, 그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도 배고픈 사람을 향한 이런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에도 수많은 과부가 있었지만 사렙다 과부와 같은 마음을 가진 과부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마음을 가진 자를 지금도 찾고 있습니다. 나아만 장군은 북왕국 이스라엘의 적대국인 아람의 총사령관이었지만 나병환자였습니다. 나병을 치료하기 위해 엘리사에게 왔지만, 엘리사는 사령관으로서의 대우보다는 오히려 종 취급을 했습니다. 이에 격분한 나아만은 돌아가려했지만 부하들의 조언을 듣고 엘리사가 시키는 대로 하여 치료가 됩니다. 이에 나아만은 나귀 두 마리에 이스라엘의 흙을 싣고 가서 제단을 만들어 놓고 하느님을 섬겼습니다. 그럼 이스라엘에도 많은 나병환자가 있었지만 왜 나아만에게 특별한 은혜가 임했을까요? 엘리사는 나아만에게 참 하느님을 섬기는 예언자의 모습을 보여 주며 시내산 율법의 정신을 일깨워주었고 나아만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엘리사는 나아만을 사령관으로 예우를 한 것이 아니라 종처럼 대했으며, 나아만이 주는 예물을 거절했습니다. 이유는 그 예물들은 약탈물이기 때문입니다. 나아만은 엘리사를 통하여 겸손을 배우고 하느님만 섬기기로 작정했습니다. 이방인 나아만이 이런 것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것입니다. 평소에 그는 참 하느님을 찾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자렛 사람들은 분개합니다. 자신들이 이방인에 불과한 사렙다 과부와 나아만 장군보다도 못하다는 평가 때문입니다. 신앙은 자신의 모습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출발합니다. 내 속에 들어있는 죄의 실상을 바라보고 인정하며 ‘자신의 옳음’을 끊지 않고서는, 우리는 나자렛 사람들처럼 주님께 반발하고 구원받을 길을 놓치게 될 뿐입니다.
곽무호 여호수아 사제 (마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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