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특(邪慝)한 복"
오늘 본기도의 기도 의향은 이렇습니다. "기도와 절제로 육신의 욕망을 이기고…"
이는 '하느님의 말씀'과 '기도', 그리고 '절제' 말고는 이러한 사탄의 공격을 이겨낼 방법이 없음을 우리에게 암시합니다. 어느 누구도 유혹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성육신 하신 주님께서도 그 육신의 치명적인 연약함을 시험받으셔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어떻습니까? 매번 이런 말씀을 읽을 때마다 여러분에게 해줄 다른 묘안이나 신선한 방법이 있을까 아무리 찾아봐도, 다른 것으로 사탄의 유혹을 이길 무기가 하나도 없음을 확신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말씀에서 사탄의 한계 또한 동시에 봅니다. 사탄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을 이용은 할 수 있어도 결코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다는 사실말입니다. 세 번째 유혹에서 사탄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예수에게 준다고 했을 때, 그가 사용할 수 있는 가용 자산은 결국 남의 것을 빼앗아 예수에게 줘야 하는 것입니다. 즉 남의 불행을 통해 복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전능한 것처럼 보이는 사탄도 한정된 가용 자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에 사탄은 남의 불행을 통해 자신이 선택한 사람에게 복을 약속할 뿐입니다. 이것은 참다운 복이 아니라 하느님 보시기에 가증한 것입니다. 이를 우리는 '사특(邪慝)한 복'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불행과 원한이 썩인 흉물스러운 것입니다. 그것을 복이라 불러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기복신앙'이 위험하고 치명적인 것입니다. 물질적인 복은 한정된 자원 속에서 그 소유자만 바꿔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소유는 잠시 동안 누구의 소유에 머물지만 결국 돌고 돌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점을 우리는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사순절을 시작하며 우리 안에 있는 '사특한 복'을 갈망하는 우리의 욕망을 온전히 주님 앞에 내려놓는 시간이 되길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이 사순절이 지난 후에 하느님 앞에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바로 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멘.
채창완 야고보 신부 (제주우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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