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희망
사라지지 않는 희망
오늘날 우리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세상의 구조 안에서 살아갑니다. 부와 권력이 힘 있는 소수에게 집중되는 가운데, 힘이 없는 다수에게 세상이란 단지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장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처럼 미래가 불투명하고 희망이 사라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허우적대는 우리는 고통으로 울부짖는 이웃의 외침에는 귀를 닫습니다. 세속적인 힘과 질서에 순응한 우리는 ‘나만 고통 받지 않으면 괜찮아’라고 자위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주셨습니다. 그 사랑은 약자가 강자에게 충성하는 세속적이고 불완전한 형태의 거짓된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강자가 약자를 섬기고, 겸손하게 자신을 내어주며, 차별 없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함께 나아가는 완전한 형태의 사랑이었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쳐주신 그 사랑으로 말미암아 거짓 평화가 아닌 참된 평화를 누리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이 뿔뿔이 흩어졌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들은 스승을 배신했고, 부인했으며, 스승으로부터 도망쳤습니다. 그렇게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은 당신을 따랐던 제자들로 하여금 모든 희망을 잃도록 만드는 듯 했습니다. 하느님 나라도, 사랑의 계명도, 진정한 평화와 정의도 마치 세속적인 질서와 온갖 불의 앞에 사라지는 것으로 여기는 우리의 연약한 모습이 제자들에게 투영됩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 안에 옅어진 믿음과 소망을 다시 또렷하게 회생시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약속대로 성령께서 오셨습니다. 바로 그 성령께서 우리로 하여금 주님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도록, 또 우리가 주님의 뜻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힘을 가진 자가 힘이 없는 자를 지배하려 하지 않고, 재물을 풍족하게 가진 사람이 가난한 사람과 나누고자 하며, ‘나’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 섬기며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말입니다.
잠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성령 하느님께 도움을 청해 봅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보여주셨던 그 모습대로 우리도 서로 배려하고, 섬기며, 함께 나아가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소망하면서 말입니다.
김대성여호수아신부(화명모두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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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 bee flying over crocuses in the Tatra Mountains, Po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