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결단 사이
농부는 농사를 지으며 감사함과 수고로움의 시간을 보낸다. 해와 비와 바람과 구름과 물을 선물한 하늘에 감사드린다. 거름을 주고, 고랑을 일구고, 물길을 내고, 씨앗을 뿌리고, 풀을 뽑고, 열매를 수확하는 수고로움을 보낸다. 수고로움 중에는 인내하며 기다리는 시간도 있고, 언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단하는 시간도 있다. 기다림과 결단! 농부의 큰 수고로움이다.
오늘 마태오 복음서는 수고로운 농부의 이야기다. 늘 그렇듯 예수님의 비유는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듣는 좋은 방법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유는 알아듣기 쉬운 이야기 방식. 또한 비유는 듣는 사람마다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는데 좋은 깨달음의 방식이다. 오랫동안 교회는 오늘 말씀 ‘밀과 가라지’를 통해 하느님의 뜻을 쉽게 깨달을 수 있도록 가르쳐왔다.
오늘 말씀의 전통적인 해석은 가라지는 나쁜 것이니 반드시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의 전통과 선교의 역사 속에서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좋은 교인과 나쁜 교인을 가르는 기준으로 사용되어진 측면도 있다. 하느님 나라의 긴박성을 위해 지금 당장 실천할 것을 강조하면서 불구덩이에 처넣으라는 말씀을 따라 강력하게 단죄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게 밀과 가라지처럼 구분되는 존재가 아니다. 더구나 남을 죄짓게 하고 악행을 일삼는 자들 속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만도 없다. 오늘 예수님의 가라지 비유 속에 기다림과 결단의 긴장감이 놓여 있는 이유일 것이다. 하느님 나라의 긴박성을 위해 지금 당장 결단할 것을 강조했던 예수님. 또 한편 가라지를 뽑다가 밀까지 뽑는 실수를 저지를 것을 걱정하며 기다림을 강조했던 예수님. 인간의 이러한 불완전함을 알기에 하느님의 시간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신 당신의 마음을 묵상한다.
하느님의 기다림!
지금 당장 결단하려는 우리의 수고로움을 오늘도 예수님은 응원하신다.
박용성 바르나바 사제(서대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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