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오늘도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유용숙 안나 프란시스 수녀사제
사람들은 누군가로부터 부름을 듣고 어떤 결정이든 합니다. 어떤 사람은 부름을 듣고 즉시 따르는가 하면 나중에 따르거나 아니면 부름을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느님은 모든 사람을 각자가 서 있는 곳에서 알맞게 생활하도록 매일 부르십니다. 그 부르심은 크기와 무게를 잴 수 없고 자신이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다양합니다.
나의 첫 번째 부르심은 수도생활이었고, 두 번째 부르심은 사제의 길이었습니다. 사제의 길은 내가 중한 병을 얻은 후에야 깨닫고 응답한 것입니다. 두 번째 부르심은 동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청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충주 대소원) 시골 교회는 관할사제가 부재중이라 교우들 전체가 크건 작건 각자의 부르심에 맞는 사목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미사(감사성찬례)를 제외한 교회 사목은 교우들이 나누어서 진행했는데 조도/만도를 인도하고, 중보기도 시간을 정하여 지키고, 주일 학생들을 지도하고, 심방과 구역기도는 교우들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때를 회상하면 그 시절이 많이 행복했습니다.
부제 서품을 받고 구미교회에서 사목자로 활동하면서 고민하고 기도한 것은 ‘각 신자들의 부르심은 무엇일까?’였습니다. 한국 성공회는 어느 시기부터인지 교회의 많은 일이 사목자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많은 신자가 사회생활에 힘쓰다 보니, 신자의 청지기 역할은 거리두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교우들이 하느님을 예배할 때 각자 받은 부르심의 발자국이 예배 안에서 드러나도록 돕는 일이 사제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사제로 부름을 받은 저나 교회와 지역사회 안에서 부름 받은 신자들은 각자의 역할이 다를 뿐 하느님의 세계를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데 다함께 손잡고 걸어가야 합니다. 신자들을 부르심은 수동적 참여가 아닌 하느님의 사역에 능동적 참여입니다. 그 역할이 크건 작건 간에 교우들이 기쁘게 하시도록 돕는 일이 사목이고 성령께서 우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부르시는 은총을 이 세상에 드러내는 일입니다.
부르심의 응답에 희생적 헌신이 없으면 하느님의 선하시고 평화로우심을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이 서로 짐을 함께 나누며 하느님의 역동성에 참여하는 부름 받은 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성공회 신문에서 (2020.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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