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길을 닦으며>
복음서의 증언에 따르면 세례자 요한은 주의 길을 닦는 사람입니다. 그는 예수보다 6개월 먼저 태어났고 광야에서 “회개하라!”고 외치며 죄 씻음의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예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려 하실 때 “제가 당신에게 세례를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제게 세례를 받으려 하십니까?”하는 그의 질문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계속해서 “나는 그분의 신을 벗겨드리는 것조차 할 수 없다.”고 겸손히 고백했습니다.
그렇게 요한은 겸손하고 우직하게 주님의 길을 닦는 사람으로 그의 사명을 다하며 살아갑니다. “회개하라!”고 외치며 예언자로서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던 요한은 헤로데 왕이 자기 동생 필립보의 아내 헤로디아와 결혼한 것이 옳지 않다고 간언합니다. 이에 헤로데는 요한을 잡아 감옥에 가두어버립다.
헤로데는 요한을 잡아 가두었지만 그가 거룩하고 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말이 때로는 괴롭더라도 기꺼이 들으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헤로데는 요한을 보호하였습니다.
헤로디아는 요한을 죽이고자 갖은 수단과 방법을 연구하였습니다. 결국 헤로디아에게 요한을 죽일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헤로데의 생일에 헤로디아의 딸이 헤로데를 기쁘게 했고, 헤로데는 헤로디아의 딸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합니다. 그 뒤 이야기는 여러분도 잘 아시듯 헤로데는 신하들 앞에서 체면을 차리기 위해 요한을 죽여 쟁반에 머리를 담아 줍니다.
어쩌면 헤로데는 요한을 죽이고 그를 잊고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침 들려오는 예수의 소식, 많은 병든 사람들을 고치고 복음을 선포하는 한 사내가 있다는 그 소식을 듣고 헤로데는 다시 요한을 떠올립니다. “내가 죽였던 요한이 다시 살아났다. 분명 그런 능력을 행하는 자는 요한이다.”
요한은 주의 길을 닦는 사람으로 겸손히 묵묵히 걸어왔으며 늘 예수를 빛나게 하는 존재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예수의 소문이 요한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요한이 예수를 드러냈다면, 이번에는 예수가 요한을 기억나게 하였습니다.
오늘날 이 사회에서는 예수를 믿고 그를 따라 살아간다고 해서 목숨을 해하거나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를 믿고 그 가치를 따라 살아가는 우리에게 누군가는 우리를 따돌리거나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를 위하여 ‘사회적 죽음’을 각오해야만 합니다. 예수의 길을 닦아야만 합니다. 그 때 예수는 우리를 영광스럽게 만들어 주실 것을 믿습니다.
박준헌 미가 부제(교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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