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한 이들을 먹이시는 주님
요한의 복음서에 기록된 오병이어의 기적은 과월절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에 일어난 사건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기적과 말씀을 전해 들었고 그러한 예수님을 직접 보고 듣고자 몰려왔습니다. 그리고 오병이어의 기적을 목격하고 체험하며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고자 합니다.
그러나 기적을 체험하는 것으로도 사람들은 예수님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기적과 육신의 배부름을 통해 사람들은 그러한 만족을 줄 수 있는 예수님께 마음을 쏟았습니다. 이것은 마치 불기둥과 구름기둥 그리고 홍해가 갈라지는 등의 기적을 마주하며 하느님과 모세를 따랐던 히브리 민족을 연상하게 합니다.
과월절은 유대인들이 이집트에서 겪어야 했던 고난의 노예 생활로부터 벗어난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노예 생활에서 벗어난 히브리 민족은 가나안 땅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평과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이집트에 머무르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거나 우상을 만들어 하느님으로 예배하는 등 악행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하느님께서는 광야에서 당신의 백성들에게 만나를 먹이시며 단지 육신의 배부름이 아닌 하느님을 섬기는 삶으로 훈련하도록 이끄셨습니다. 오병이어는 적은 양식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양식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고 나눌 때에 하느님께서는 모두를 배불리시고 심지어 그 적은 양식이 남아서 광주리에 가득 차도록 하십니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신뢰하며 감사하는 신앙이 중요하다는 것이 오병이어의 기적에서 드러납니다.
하느님께서는 단지 우리의 육신을 배불리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당신의 외아들까지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신 그 사랑이 하느님을 통해 드러납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늘의 말씀과 영원한 생명을 깨닫고 누릴 수 있습니다.
김대성 여호수아 사제 (화명모두애)
Course de Kitesurf, Gruissan, Aude, Occita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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