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몫
너무나 유명한 이 본문을 해석하는 설교자들 가운데 단연 눈에 띠는 이는 황금의 입이라 불렸던 요한 크리소스톰이었다. 그는 이 본문을 설교하면서 “마르타, 마르타, 너는 많은 일에 다 마음을 쓰며 걱정하지만 실상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신 주님의 대답 이후 비어 있는 곳을 이렇게 채웠다. “마리아, 말씀을 공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바쁜 부엌일을 돕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리아, 가서 언니를 도와주세요.”
이 내용을 소개 했을 때 교우들은 만족스러워 했다. 바쁜 일상을 탓하며 말씀을 가까이 하지 못하는 자신들을 위로한단다. 그러나 우리의 이 만족감은 마르타의 착오와 같은 맥락 위에 있다. 마르타는 분주한 부엌일에 정당한 명분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공개된 장소에서 동생을 책망한다. 게다가 주님의 권위에 기대어 자신의 원망을 해결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정당한 대가, 비교할 수 있는 타자,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해 줄 권위를 꿈꾸는 어리석음이 우리 모습이다. 예수는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진실을 가르쳐 주시러 온 분이다. 우리의 일상에 대한 어떤 정당한 보상이나 타자의 권위로 진리이신 하느님께 다가 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 거룩한 진실에 들어서는 문이 바로 우리의 일상이다. 하나뿐인 좋은 몫은 이미 우리에게 있다. 내가 하고 있는 바로 그 일이다.
이렇게 상상하면 주님은 어떤 대답을 하실까? “주님, 제 언니 마르타는 부엌에서 일만하고 있습니다. 주님 말씀을 함께 듣게 들어오라 하세요.”라고 했다면 “마리아, 언니는 이미 참 좋은 몫을 택했으니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하고 말씀하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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