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관한 중요한 사실
“구하여라, 받을 것이다. 찾아라,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주님의 말씀을 들으며 제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무엇을 구하고 싶은가? 무엇을 찾고 싶은가? 무엇을 두드리고 싶은가?” 저는 대답했습니다. “하느님을 구하고 싶고 하느님을 찾고 싶고 하느님을 두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대답을 들으면서 내면의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다시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너 자신을 구하고 너 자신을 찾으며 너 자신을 두드려라.”
올해 여름이 시작되면서 저에게 있어서 가장 인내하기 힘들고 실망하기 쉬우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존재가 ‘제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 울림이 컸고 그만큼 아픔도 컸습니다. 기대를 많이 하고 참석한 모임이 있었는데 큰 실망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며칠 동안 몇몇 사람들과 그 상황들이 떠오르며 서운함과 화가 커져만 갔습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제 자신에게 화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상황과 조건에도 걸림이 없고 저와 다른 모든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불편함과 부담감이 있어도 자비로운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현실의 나’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돌아와서 저를 괴롭힌 것은 ‘그들’이 아니라 ‘제 자신’이었습니다. 그 무렵 시험 준비를 하면서 저의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 사이에서의 혼란스러움 속에서 하느님께서 지어내신 제 자신을 다시 찾고 싶었고 제가 저에게 둘러쳐놓은 틀에서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제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지금의 나’는 현실적 욕구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표현하고 충족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욕구들을 무조건 부정하고 억압하려고 하기보다는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하느님을 찾는 것입니다. 그렇게 제가 제 자신에게 무엇을 하려고 애쓰지 않으며 그 분 앞에 머물렀고 아이가 엄마에게 떼쓰듯이 제가 바라는 것들에 대해서 쏟아내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저를 변화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그분께 모든 것을 의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동래교회 어린이 예배에서 ‘슈퍼 거북’ 이라는 그림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토끼와의 경주에서 이긴 거북이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슈퍼 거북’이가 되려고 애를 쓰는 이야기입니다. 거북이로서의 본성을 포기하고 슈퍼 거북이가 되려고 했던 거북이는 다시 도전장을 내민 토끼와의 경주에서 지지만 실망하기 보다는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됩니다. 느리지만 자신의 모습을 되찾고 행복해하는 거북이를 바라보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슈퍼 우먼이 아니야, 슈퍼 신부도 아니고! 나는 바로 나야!”
심미경 아가타 사제 (동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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