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하는 사람, 내어주는 사람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날을 기념하며 살아갑니다. 어떤 날은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합니다. 또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하거나, 자신이 믿는 신을 기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슬퍼하거나 어떤 상황이나 사람을 기념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과 기념일 외에도 요즈음 이웃나라와 여러 문화권에서 들어온 기념일들도 많고, 또 사람들이 새롭게 만든 기념일들도 많습니다.
기억하기로 약 2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이 날을 이렇게 기념했나 싶은데 최근 많은 사람들이 기념하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10월 31일 할로윈입니다.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에게 공포영화에 나오거나 무서운 캐릭터 여러 종류의 귀신 옷을 입혀 등원시키고 인증하는 젊은 부모님들, 영화에 나오는 좀비, 마녀, 그 밖의 여러 귀신 심지어는 수도자나 성직자 의상을 입고 파티를 여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할로윈에 어린이들이 귀신 옷을 입고 바구니를 손에 들고 “Trick Or Treat!”하고 외치고 다닌다고 합니다. 번역하자면 “괴롭힘 당할래? 사탕 줄래?”라고 할 수 있겠는데 약간 다르지만 우리가 이해하는 식이면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조금 심각하게 생각하면 상대의 평안함을 두고 사탕을 내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할로윈의 어원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거룩함을 뜻하는 Holy와 저녁, 전야를 뜻하는 evening의 흔적을 볼 수 있다 합니다. ‘성인의 날 전야’라고 혹자는 주장합니다. 기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겠지만 할로윈 다음날인 11월 1일을 교회가 ‘모든 성인의 날’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자신의 삶으로 나타내 보여주신 예수님, 그리고 예수님을 따라서 하느님께, 그리고 이웃을 위해서 자신을 내어줬던 성인들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예수님처럼, 그리고 성인들처럼 이 세상을 위해서 자신을 내어주며 이 세상에 하느님나라를 이루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입니다.
또 1924년 10월 31일은 우리 부산주교좌성당의 축성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이념과 정치의 대립으로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어 아픔을 당하고, 전쟁을 피해 내려온 피난민들을 위해 품을 내어줬던 부산주교좌성당과 선배 교우들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모든 성인을 기념하는 오늘, 그리고 부산주교좌성당의 98주년을 기념하는 오늘, 우리는 각자의 신명을 기념하며, 성인의 삶을 기억해보고 나의 삶을 돌아보며, 내일을 향한 믿음의 걸음을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박준헌 미가 사제(교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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