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각성 - 마태 25:1-13
혼인잔치는 천국잔치와 같이 신랑되시는 예수님을 따라 함께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슬기로운 자는 신랑을 기다리면서 켜야 할 등불의 기름을 넉넉하게 준비합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자는 등만 준비하고 기름을 준비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등이 아니라 기름입니다. 모두에게 불을 켤 수 있는 삶을 주시지만, 거기에는 함께 행해야 할 기름의 삶이 있습니다. 즉 하느님의 뜻을 따라 행하는 믿음이나 선한 행실을 말하고 가깝게는 긍휼을 베푸는 것으로 한마디로 사랑의 삶인 것 같습니다.
결국 사람들의 기대보다 신랑이 늦게 오면서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재림의 지연에는 잃은 자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하느님의 긍휼의 마음이 담겨져 있으나, 문제는 더디 오시므로 말미암아 졸며 잘 수도 있지만 이미 준비되어 있는 자들에게는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는 자는 준비해야 할 것을 준비하지 않고 자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지금은 모르지만 신랑이 오고 나서야 이 둘의 차이가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지금도 우리가 졸며 잘 정도로 예수님의 재림이 그만큼 오래 지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의 재림이 지연되더라도 우리 개인의 종말은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연된 재림이 종말에 대해 우리의 신앙이 무감각해 지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심지어 예수님의 심판을 위한 재림이 잊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앞선 예루살렘 성전 멸망이 이 세대가 가기 전에 일어나리라는 대로 이루어졌다면 우리 개인의 종말도 그리고 우주적인 종말도 분명 말씀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종말을 살아가는 과정 가운데서 하느님의 백성으로 마땅히 준비해야 할 삶의 내용들을 성실하게 준비하고 살아야 합니다. 설령, 더디 오더라도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을 소홀함 없이 감당해 나아가는 것이 하느님 백성이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지혜로운 자는 이와 같이 하느님의 오래 참으시는 긍휼의 마음을 알고, 다시 오실 것을 믿으며, 종말을 살아가는 동안에도 주의 뜻을 따라 선한 행실로 열매 맺으며, 사랑을 행하며 기름을 준비해 가는 거룩한 삶의 고삐를 결코 늦추지 않고 사는 사람입니다.
- 노현문 다니엘 사제(울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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