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발자국에 내 발자국을 포개는 삶 마태오복음 24 : 31 - 46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주일을 맞이합니다. 옷깃을 여미는 시기로 예수께서 걸어가신 발자국을 잘 따라갔는지 내 발자국을 돌아봅니다. 예수께서는 섬김의 행위로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사랑을 이웃과 나누었는지 살피십니다. 마태오 복음은 참된 행복 선언을 시작으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길을 우리에게 안내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에게 현존하시는 당신의 참모습을 보여주십니다. 그 모습은 세속 권력의 중심이 아닌, 하느님의 정의가 올바로 실현되는 곳인 하느님 왕국의 모습입니다.
우리 마음 안에는 王에 버금가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이 쌓아 올린 명예와 부, 혈연관계, 자신도 모르게 굳어진 고집과 신념, 신체적 외모 등 나를 남보다 낫게 여기는 마음과 자리를 지키는데, 온 신경을 모읍니다. 자기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도록 장치를 해 두고 그 힘을 소유하여 내려놓기를 거부하는 모습이 우리에게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이 모습을 벗기는 여정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길입니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말씀의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속이는 자기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왕으로 계신 곳은 서로 사랑으로 희생하고 섬기며 나눔이 있는 곳입니다. 자신을 높이며 살아가는 모습으로는 그곳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 세상의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이들은 발을 붙일 수가 없습니다. 생명을 함부로 여기는 지도자들, 자연의 흐름을 함부로 방해하여 욕심을 채우는 이들은 더더욱 접근하지 못합니다.
예수께서는 이미 당신 왕국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힘없는 이들에게 지워진 무거운 짐을 벗겨 주시고 그들이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하셨습니다. 신체적•정신적으로 아파하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시고, 고통으로부터 해방해 주셨습니다. 인간의 연약함으로 자신을 배반한 제자들에게도 따뜻한 눈길로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기꺼이 비우고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화해를 위해 온전히 봉헌되셨습니다. 그분의 발자국에 내 발자국을 포개는 삶이 하느님의 백성이 되는 길입니다.
유용숙안나프란시스 사제(구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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