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아방가르드, 시대를 깊이 성찰하는 예언자 – 마르 1:1-8
성서는 전쟁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삶과 죽음 앞에서 늘 고단한 삶을 살았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평화는 너무나 간절했습니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 써 내려간 예언자들의 말씀이 성서라고 할 만큼, 이스라엘 민족은 전쟁의 승리를 가져다 줄 평화의 하느님을 늘 학수고대했습니다.
아방가르드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형식과 어법을 창조하는 예술계의 사조입니다. 프랑스어로 전쟁에서 가장 먼저 전장에 침투해 적의 동태를 살피는 척후병을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적의 숫자는 물론 각종 무기와 식량을 파악하고 산과 평야와 물줄기의 지형까지 파악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역량과 함께 상대편 백성들의 마음과 살림살이까지도 살피는 것입니다. 시대를 깊이 성찰하는 아방가르드가 있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지요.
구약에서는 이런 예언자들이 많은데 하느님의 뜻을 되돌아보고 시대를 살피면서 나라를 구합니다. 엘리사가 대표적이지요. 분단된 민족인 북이스라엘의 전쟁을 돕고, 이민족 아람의 나아만 장군의 한센병을 고쳐주기도 합니다. 제자들을 가르치고 아픈 이들을 고쳐주고 먹을 것을 나누어 먹는 분이기도 합니다. 시대를 깊이 성찰한 예언자이지요. 예수님이 나사렛 회당에서 엘리사를 인용하면서 이방인들의 선교를 강조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약에서도 이런 예언자가 있는데 하느님의 뜻을 되돌아보고 시대의 아픔을 통찰하면서 하느님 나라를 외칩니다. 세례자 요한이지요. 로마의 지배 아래 사는 고단한 백성들에게 하느님 나라가 곧 올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성전에 세금을 내야만 하느님을 만나 죄를 면하는 줄 알았던 팍팍한 사람들에게 요단강에서 단지 물로 세례를 줍니다. 시대의 아픔을 깊이 성찰한 예언자이지요. 예수님이 사람의 아들 중에 세례자 요한 만큼 더 큰 사람은 없다라고 칭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흔들림없이 예수님을 중심에 두고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할때에야 기존의 틀을 깨고 시대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 시대의 아픔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때 우리와 함께 기뻐 춤추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시대 아픔을 깊이 성찰하는 교회의 충직한 아방가르드가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 박용성바르나바 사제(서대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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