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생명? - 요한 3:14-21
예수님은 사람의 아들이 모세의 손에 높이 들린 구리 뱀처럼 높이 들려야 하고, 이것은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구리 뱀은 광야에서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심판하시려고 하느님께서 보낸 불 뱀의 상대적 표징입니다. 불 뱀이 심판이라면 구리 뱀은 구원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구리 뱀처럼 높이 들려야 한다는 것은 십자가의 예수님이 하느님의 구원 표징이라는 뜻입니다.
십자가에 죽은 그리스도라는 비상식적 난제 앞에서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십자가의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심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불 뱀과 구리 뱀이 심판과 구원의 표징이듯이 십자가의 예수님은 심판과 구원의 동시적 표징입니다.
“그를 믿는 사람은 죄인으로 판결받지 않으나 믿지 않는 사람은 이미 죄인으로 판결을 받았다.(18절)”
십자가에 높이 들린 예수님을 믿지 않는 것이 심판이요, 믿는 것이 구원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양자택일의 믿음이 사람들을 줄 세우려는 교조적인 강압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십자가에 높이 들린 예수님을 심판과 구원의 표징으로 계시하신 것은 이 세상에 대한 극진한 사랑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주셨다.(16절)”
십자가의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는다는 것은 이 세상,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극진하신 사랑을 믿는다는 의미입니다. 하느님의 극진하신 사랑을 믿는 믿음, 하느님의 극진하신 사랑 안에서 살아가는 삶이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삶입니다.
영원한 생명은 내세로 연장되는 또 다른 현세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영원한 생명은 창조 때부터 오늘까지, 또 이후로 영원히 베풀어지는 하느님의 사랑에 머무는 생명입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이것을 십자가의 예수님에게서 경험합니다. 예수님을 본 사람들은 영원하신 하느님의 극진하신 사랑을 경험하고, 그분을 ‘아빠, 아버지’로 경험합니다. 이 구원의 기쁨으로 영생을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 안균호 예레미야(기장교회)
'말씀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난주간에 드리는 기도 (0) | 2024.03.22 |
---|---|
마음으로 맺음 - 예레 31:33-34 (1) | 2024.03.15 |
계명을 기억하라 - 출애 20:1-17(천제욱 요셉 사제(영주교회)) (0) | 2024.03.02 |
예수님의 뒤, 곧 나의 자리 - 마르 8:31-38(심미경 아가타 사제, 포항교회) (0) | 2024.02.23 |
쯧쯧쯧, 내 별 하나 못쓰게 됐군 / 마르코 1:9-15(성경원 요한사제(모두애교회)) (0) | 2024.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