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질서는 어디서 오는가 - 루가 12:49-56
세상에 불을 지르러 오신 분, 받아야 할 세례가 있다고 말씀하는 분이 가르치신다. 이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오신 게 아니라 갈라놓으러 오셨다니 참으로 감사하구나. 우리를 옭아매던 옛 질서가 무너져야 새로운 질서가 세워지는 것이니 그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시겠다는 주님을 찬미한다.
이 여름 유난한 열기는 사람이 저지른 어리석은 삶을 무너뜨리는 하느님의 은총인가. 가만히 앉아 있어도 더위가 곁을 떠나지 않고 높은 습도는 몸을 뒤로 끄는 날. 천천히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며 가는 눈을 뜨고 차분히 더위를 바라본다. 푸른 하늘, 흰 구름 사이로 부는 여린 바람이 피부를 지나가고 매미는 요란하다.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예보는 점점 현실이 되어간다. 인류가 자원을 끊임없이 소비하는 삶을 지속할 경우 파국에 이르게 된다는 경고다.
기후위기라는 거대 담론으로 은총을 생각하면 일상에서 멀리 있는 것 같아도 우리는 사목 안에서 이미 새로운 질서를 살고 있다. 몸이라는 물질에 신성이 깃들 때 몸이라는 세계는 온전한 창조에 이른다는 고백을 교회는 품고 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지구라는 별과 우리가 하나의 심장을 공유하고 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이유다. 이 세계와 우리는 공명할 뿐만 아니라 공진한다. 그래서 제 몸을 스스로 해칠 수 없다. 하느님은 탄식하는 만물을 제자리로 돌려놓으실 테니 겸손하게 순명(順命)하는 것이 우리가 할 첫 번째 일이겠다. 밝은 눈으로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조심스럽게 대하며 이기적인 욕망을 내려놓아야 할 때다.
은총 안에서
만물은 평안하기를!
만물은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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