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리 - 루가 14:1, 7-14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한 곡 있습니다. 좋아하게 된 경위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 기억을 추정해보았습니다. 마치 그 노래 가사와 제가 원래 한 몸이었나 싶게 나의 언어가 짙게 묻어나 있어서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수많은 가수들이 부른 이 곡은 사실 정지원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든 것입니다.정지원 시인이 쪽지에 써놓았던 시구들을 모아 만든 것인데, 90년대 한 인물이 감방에 가게 되자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자리에서 처음 불려진 곡이라고 합니다. 그 탄생과는 무관하게 그 시절 온 나라가 IMF로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이 곡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은 어쩌면 조심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느님도 아니고, 하느님의 창조물이라서도 아니라 그저 당신이 사람이기에 아름답다고 하는 말은 하느님의 권위를 무시하는 듯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러나 그리스도교의 성육신 신앙은 바로 인간의 존엄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리스도교가 품고 있는 이 지향을 이 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강물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 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 간다.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은 짙푸른 숲이 되고 메아리가 된다.”
오늘 히브리 성서, 시편, 서신 그리고 복음서가 말하는 바는 퍽 명확합니다. 겸손하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겸손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것은 제 자신이 홀로 설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하다고 우쭐대지 않고 배웠다고 자랑하지 않으며, 가난하다고 매정해지지 않고 모른다고 치졸해지지 않는 것 말입니다. 우는 이들과 함께 있고, 쓰러진 이들에게 옷을 주며, 억울한 이들과 함께 원통해 해주는 것은 비단 우리가 그리스도를 닮아야 하는 신자라서가 아닙니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리 해야 합니다. 그 순간 우리의 삶은 강물처럼 흘러 서로에게 닿고 느긋하게 정들어 갈 것입니다.
이신효 스테파노 사제(교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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