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를 질 수 있나요? - 루가 14:25-33
창문과 거울은 똑같은 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는 밖이 보이고, 하나는 자기만 보입니다. 그 이유는 거울 뒤에는 수은이 덧칠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내면이 탐욕과 이기심으로 덧칠해져 있는 사람은 자기밖에 모르는 불행한 존재가 됩니다. 그러므로 덧칠해져 있는 나의 내면에 존재하는 탐욕과 이기심을 거두어 내고 하느님과 이웃을 볼 수 있고, 공감하는 존재로 거듭나야 합니다.
왜 주님은 십자가를 지라고 하셨을까요? 주님이 보여주신 십자가의 진리 앞에 설 수 있을 때 내 안에 있는 탐욕과 이기심을 거두어내고 하느님과 이웃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의 상징은 십자가입니다. 그리고 십자가를 상징으로 쓰고 있는 기독교를 사람들은 사랑의 종교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십자가 안에는 생명과 진리의 길로 이끌어 주는 완전한 사랑의 진리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십자가는 나를 위해 남을 죽였던 로마의 사형 틀, 곧 죽음과 저주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십자가를 생명과 축복으로 바꾸셨습니다. 예수님은 이 저주와 죽음의 십자가를 생명과 축복의 상징으로 바꾸시기 위해 두 가지 사랑의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하나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면서 낮아짐의 사랑을, 또 하나는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주시면서 자신의 생명까지도 아낌없이 내어주는 사랑의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라”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십자가의 진리 안 담겨진 사랑을 통해 생명과 평화로 가는 길, 거짓과 진리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이 주신 이 십자가로 하늘 문을 열어야 합니다. 미움이 있는 곳에 용서를, 상처가 있는 곳에 치유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다툼이 있는 곳에 화해를 그리고 죽음을 생명으로, 저주를 축복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 길을 가려면 선행해야할 삶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나에게 올 때 자기 부모나 차지나 형제나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미워하지 않으면”이라고 하셨습니다. 초가 빛을 내기 위해, 소금이 맛을 내기 위해 먼저 자기를 주어야 하듯이 십자가를 지는 일, 결국 이기적인 자아를 버리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최은식 도미닉 사제(제주우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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