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우리가 잃어버린 것, 회개와 용서 - 루가 16:1-13
잃었던 것(양 한 마리, 은전, 아들)에 대한 비유와 곧바로 이어지는 약은 청지기 비유는 하느님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잘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앞선 세 가지 비유는 잃었던 것을 찾는 사람의 심정을 묘사합니다. 잃은 양을 찾아 헤매고, 잃은 은전을 찾기까지 온 집 안을 샅샅이 다 뒤져보고, 집 나간 아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비의 애절한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누구든 가장 아끼는 무엇을 잃어버린다면, 모든 시간이 멈출 것입니다. 이리 저리 찾아 헤매고, 혹시 언제 올까 하여 문간에서 학수고대 기다리는 것이 일상의 전부일 것입니다. 여기서 헤매고 찾고 기다리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애틋한 심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울러 하느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내 안에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잃었던 것을 찾는 세 비유의 결어는 ‘회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는 것을 하늘에서는 더 기뻐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뒤이은 청지기 비유는 ‘회개’에서 ‘용서’로 자연스럽게 의미를 이어갑니다.
용서(압히에미)는 ‘그대로 두다’, ‘보내다’, ‘놓아주다’, ‘탕감하다’,...등등 많은 뜻을 지닙니다. 풀어서 이해하면, 더 이상 묻지 않고 덮는다는 것이고, 붙잡아 두지 않고 보내준다는 뜻입니다. 또 기억하지 않고 잊어버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빚을 덜어내는 ‘탕감’의 뜻을 포함합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의 핵심 중 하나인 ‘용서’는 빚을 탕감해 준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약은 청지기 비유는 받아낼 빚에서 자신에게 돌아올 몫(이자)을 탕감(용서)해 주고, 자신의 잘못(어쩌면 주인의 좋은 평판에 흠집을 낸)에 대한 책임을 덜어내고 마침내 관계를 회복합니다. 용서는 완전한 회복을 향합니다. 그래서 용서는 제한이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여라”(마태18:21-22)하신 말씀에 담긴 속 뜻은 제한 없는 용서는 물론, 입장 전환에 초점을 둡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바라보던 눈을 돌려서 나의 무수한 과오와 오류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회개에 따르는 용서는 삶을 지속하는 원천이며, 연약한 존재인 우리가 살아갈 때, 정직한 삶의 자세를 지니도록 이끌어주는 지혜입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빚진) 이를 용서(탕감)하오니 우리의 죄(빚)를 용서(탕감)해 주시고...”
천제욱 요셉 사제(영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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