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짐 속에 드러나는 하느님의 은총 - 루가 18:9-14(김대성 여호수아 사제(화명모두애교회)
세상은 성공과 부, 명예를 올바름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보시는 기준은 다릅니다. 하느님께서 올바르다고 인정하시는 사람은 자신을 높이는 이가 아니라, 겸손히 낮추는 사람입니다. 루가의 복음서 18장 14절의 말씀처럼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면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면 높아질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정의나 형식적인 경건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 앞에 서는 마음, 그것이 하느님이 바라보시는 참된 올바름입니다.
오늘 우리는 신앙 안에서 얼마나 진실한가를 묻습니다. 겉으로는 미소 짓고 기도하지만, 마음속에는 경쟁과 비교, 욕심이 자리할 때가 많습니다. 겉모습은 겸손해 보여도,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바리사이의 교만이 숨어 있지 않은지 조용히 돌아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비유 속 세리는 사람들 눈에는 죄인이지만, 하느님 앞에서는 진실한 사람으로 서 있습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볼 수도 없었고, 다만 "오, 하느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라며 가슴을 치며 기도했습니다. 그의 낮은 마음이 하느님 앞에 올바름으로 인정받은 이유입니다.
겸손은 단지 자신을 낮추는 행위가 아니라,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는 신뢰의 표현입니다. 세리는 자신의 죄를 감추지 않았고, 하느님의 자비를 의지했습니다. 우리도 그처럼 하느님의 눈길 앞에서 솔직하고 진실하게 서야 합니다. 교만은 나를 중심에 두지만, 겸손은 하느님을 중심에 두는 태도입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의 신앙은 외형이 아니라 내면에서 피어오르는 진정한 믿음이 됩니다.
우리의 신앙이 깊어진다는 것은 하느님께 더 많이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내려놓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 안의 허물과 연약함을 감추지 않고 주님 앞에 고백하는 것, 그 진솔함이 바로 역전의 신앙입니다. 세상의 기준이 아닌 하느님의 기준으로 자신을 비우고 낮출 때, 우리는 비로소 주님의 은총 안에서 높아집니다. 낮은 자리에서 하느님을 바라보는 이에게 참된 평화와 정의가 머뭅니다.
김대성 여호수아 사제(화명모두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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