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하느님의악기입니다. 종교 철학자 부버는 “하나 될 때 진정한 힘이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인류의 위대한 지혜서들은 모두 이런 하나 됨을 말합니다. … 악기와 연주자의 관계 역시 이런 하나 됨을 보여 줍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하는 동안 바이올린과 떨어질 수 없듯이 하느님도 생명에서 분리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생명 위에 좌정해 있지 않고, 생명으로 연주합니다. 그것은 기계적인 연주가 아닙니다. 거의 자신을 망각한 채 울림에 머물며, 곡에 자신의 목소리를 부여하는 연주입니다. 바이올린의 울림은 바이올리니스트의 음성입니다. 그렇게 하느님과 하나 될 때, 내 인생의 울림은 곧 하느님의 음성이 됩니다. 연주자가 악기의 울림을 추구하듯, 하느님은 우리의 참여를 구합니다. 하느님과 하나 되어 울릴 때,..
사랑과 수난 악기를 손봐 달라며 내 작업실에 오는 첼리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는 그 표정이나 말투가 꼭 아이를 병원에 데려온 부모 같습니다. 사실 많은 연주자에게 이런 상황은 병원에 가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며칠간 내 작업실에 악기를 맡기고 갈라치면 그들은 전신 마취에 동의하고 아이를 수술대에 눕힌 부모처럼 불안해하지요. 얼마 전에 한 첼리스트가 찾아왔습니다. 며칠 뒤에 중요한 솔로 연주를 해야 하는데 첼로의 A현이 완전히 막힌 소리가 난다며, 이런 상태로 솔로 연주를 할 수가 없다고 난감해했습니다. 음악가에게 악기는 거의 신체 일부나 마찬가지입니다. 첼로의 음이 변한 상태를 설명할 때, 그는 마치 자기 오른팔이 마비되거나 손가락이 아픈 것처럼 말합니다. 다르지 않습니다. 악기는 그의 일부입니다. 음악가는 ..
“직선에는 하느님이 없습니다.” 오스트리아 화가 훈데르트 바서는 언젠가 “직선에는 하느님이 없다.”고 했습니다. 직선이란 무엇일까요? 우회를 용납하지 않는 완고함, 다른 사람을 살필 줄 모르고 앞만 향해 달려가는 마음이 아닐까요? 그러나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직선이 아닙니다. 우리의 몸, 우리 마음의 결, 우리 삶의 길, 성공적인 인간관계…. 이것들이 과연 직선일까요? 작도하듯 그어진 완벽한 직선에는 하느님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마음이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시간, 우리가 지닌 가능성, 우리가 겪는 상황…. 이 모든 것은 천천히 나선형으로 자랍니다. 구부러진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일을 직선 긋듯이 똑바로, 쉽게, 직통으로, 똑떨어지게 하려는 마음은 하느님과 마찰을 빚습니다. 그런 마음을 지니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