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 그는 그 빛을 증언하러 왔다. 요한 1:6-7
그리스도교에서 소명이란 어떤 사명에 대한 하느님의 부르심을 의미합니다. 세상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신의 부르심이기에 소명을 받은 자는 하느님의 지대한 권위 앞에 순종하며 주어진 사명에 대해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세례자 요한은 소명을 받은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는 세상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았고,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소명에 대해 겸손한 자세로 응답했습니다. 그래서 요한은 불의가 가득한 세상 속에서 오실 주님을 담대히 선포했고, 회개를 부르짖었으며,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어둠을 밝히는 빛과 같은 존재처럼 보이도록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자신을 높이고자 하는 세상의 시선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세상 속에서 자신의 명성과 권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또는 유혹) 앞에서 그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주님의 길을 곧게 하며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1:23)가 바로 자신임을 나타내며 주님의 오심을 예비하는 사명을 분명히 밝혔고, 그 가운데 자신을 한껏 낮추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세례자 요한을 통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가장 중요한 태도는 주님 앞에 언제나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아닌 ‘주님’을 삶의 우선순위이자 기준으로 삼기에 험한 세상에서 담대히 복음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권위가 아닌 주님의 권위 앞에 무릎을 꿇기에 어떠한 불의에도 정의롭게 저항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어두운 세상에서도 빛을 바라보며 사라지지 않는 희망 앞에 한껏 미소를 지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나약함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만 합니다. 그러나 바로 이 시기에 우리가 다시 기억하고 살펴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사명과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세상에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지금,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사명을 잘 분별하고 온전히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 청합니다. 세례자 요한과 같이, 그 어떤 불의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겸손한 태도와 행동으로 주님을 기다리며 나아갈 수 있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 김대성여호수아사제(화명모두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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