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을 사는 사람들
두어 달 전에 약속한 대학친구 네 명의 모임이 다음 주로 다가오는데, 기다려집니다. 대림절 때마다, 첫 번째 촛불이 켜진 대림환이 유난히 기다려집니다. 대림절은 기다림의 절기입니다. 땅 속에 묻힌 씨앗의 기다림처럼, 기다림이 있을수록 기도하게 되고, 기대하게 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나타나실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1고린1:7)
기다림(아페크데코마이)이라는 말은 복음서에는 나오지 않고 서신서에만, 예수님의 나타나심과 관련해서 사용했습니다. 이처럼 기다림은 초대교회의 본질적인 특성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기다림을 사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교회는 어떠한가요? 나에게는 어떤 기다림이 있는가요?
기다림의 내용은 예수님의 나타나심입니다. 재림은 마지막 날에 만물을 완성하시는 나타나심이고, 강림은 그리스도께서 이미 성령의 임재로 우리의 일상에 나타나심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나타나심에는 스쳐가는 나타나심이 있고, 머무는 나타나심이 있습니다.
마커스 보그의 표현대로, 교회는 부활하신 그리스도, 그리스도의 영으로 이미 경험된 예수님의 귀환을 기다립니다. 성체성사 속에서 예수님의 나타나심을 기다립니다. 이웃과 나누는 사랑의 교제 속에서 예수님의 나타나심을 기다립니다.
전례 안에서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길을 걸으며, 커피를 마시며, 일을 하며, 방청소를 하며, 노래를 부르며, 책을 읽으며, 예수님의 나타나심을 기다립니다.
기다림을 중심에 품고서 교회력의 시작인 대림절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 박동신오네시모 주교 (부산교구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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