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혼인 풍습은 신랑과 신부가 결혼하기로 약혼한지 1년이 지나면 신랑이 신부 집으로 가서 혼례를 하고 신랑, 신부는 신랑의 집으로 와서 혼인잔치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랑과 친구 일행이 주로 밤에 이동을 하기 때문에 신부의 친구들이 신랑을 맞이할 준비를 할 때 불을 밝힐 등잔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신부 집에서 신랑을 맞이하고 혼례를 한 다음 밤길에 신랑, 신부와 함께 신랑 집으로 가서 성대한 혼인잔치를 치르게 됩니다.
신부의 친구들, 즉 결혼식 들러리가 하는 일은 신랑을 맞이하고 신랑 일행이 신랑 집으로 이동해 가는데 곁에서 환하게 불을 밝혀서 밤길을 안전하게 그리고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신랑 집으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마을 가까이 환한 불빛이 비추기 시작해서 마을로 들어오는 일행을 보면서 마을 전체가 기쁨으로 설레는 혼인 분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등불을 비추기 위해서는 기름이 필요합니다. 혼인식에 들러리로 초대받은 신부 친구들은 당연히 기름을 준비하고 신랑을 기다려야 되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본문에서 다섯 처녀는 어찌된 영문인지 기름을 준비하지 않은 상태로 들러리를 한다고 갔습니다. 신랑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것이 이들이 기름을 준비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고, 다른 일들에 정신이 팔려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해야 할 들러리 역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기름장만하기를 미루고 있었을 것입니다.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비대면 예배를 장려하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대면예배를 보더라도 주일에 집에서 쉬는 것에 익숙해하는 분들이 늘어난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교회의 예배와 모임이 예전의 규모로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교회를 향한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곱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은 신앙생활을 하고자 세례를 받고 교회에 적을 두고 있는 우리에게 교회에 소원해질 수 있는 합당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 마치 늦게 오는 신랑을 기다리던 들러리가 언제 올지 모른다면서 기름을 준비하지 않고 다른 것에 신경 쓰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들러리로 혼인잔치에 초대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역할을 해내야만 합니다. 즉 기름을 준비해야 합니다. 상황이 닥쳐서야 깨닫고, 그때 기름을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아직 신랑이 오지 않은 이때에 기름을 준비하기에 힘써야겠습니다. 그래서 신랑과 함께 혼인잔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유명희데레사사제(거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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