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는 어느 임금이 자기 아들의 혼인잔치를 베푼 것에 비길 수 있다”
혼인잔치는 하느님나라의 비유 내용 중에서 구원을 의미하는 종말론적 심판을 나타냅니다.
살다보면 평가와 심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나를 발견합니다. 가까이 있는 가족이나 친지의 눈을 의식하기도 하고 평가를 통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권력자의 시선도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합니다.
혼인잔치는 즐겁고 흥겨운, 말 그대로 누구나 초청받고 싶고 참여하고 싶은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본문의 비유의 내용은 예상외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초청하러 온 종을 죽이기도 합니다. 임금은 거리에 있는 자격 없는 자들을 닥치는 대로 청하되 좋은 사람 나쁜 사람 할 것 없이 데려오라고 합니다. 하느님나라로 비유되는 혼인잔치가 이처럼 수준이 떨어지는 도떼기시장(중고품, 고물 따위 여러 종류의 물건을 도산매ㆍ방매ㆍ비밀 거래 하는, 질서가 없고 시끌벅적한 비정상적 시장.)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하느님나라의 문턱은 이처럼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그래서 값없이 들어 갈 수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고대 유대사회에서 혼인잔치의 예복이 따로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예복을 들먹이며 “내 쫓아라 거기서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라고 말하는 예수님의 의도는 적어도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성도의 삶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21:31) 아버지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묻고 그 뜻대로 살기 위하여 몸부림치는 삶을 원하십니다. 평가를 염두에 둔, 그래서 자유롭지 못한 삶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에 맡기고 순종하는 혼인잔치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성호요한사제(주교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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