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빛을 드러내는 그리스도인
성탄은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오심을 기념하고, 공현은 모든 사람에게 예수님이 하느님의 모습을 지녔음을 드러내는 절기입니다. 빛의 인도를 받은 동방박사들의 출현은 신앙하는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신앙의 여정은 세례성사를 통하여 ‘빛의 자녀’로 살아가라는 표지에서 출발합니다.
그 여정은 박사들이 참 빛을 따라 먼 여행을 떠난 것과 같습니다. 그들이 걸어온 길은 험난했을 것이고 장애물을 만났을 것이고 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컸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하지만 그들이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여정에 이미 하느님께서 함께 계셨다는 것입니다. 묵묵히 앞을 향해 걷게 한 것은 그들에게 참 빛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지금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큰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교회가 사회와 이웃에게 참 빛을 비추는 곳 보다는 걱정을 주는 곳, 두려움을 주는 곳, 더 나아가 혐오를 주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사람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이 세상에 참 빛을 드러내는 일에 도구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지만, 빛이 빛을 잃고 살아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하느님의 빛은 부분만 비치지 않고 모든 곳을 비춥니다. 모든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대자연에게도 비추고 있습니다. ‘질서의 복음화’를 표지로 하고 떠나는 우리 교회는 이 어려운 시기에, 창조된 모든 하느님의 피조물과 화해를 실천하고, 경쟁보다는 어깨동무로 이끌어 나가는 생활이 필요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을 드러내셨듯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참 빛을 드러내는 그리스도인으로 새해를 시작하시기를 바랍니다.
유용숙 프란시스(구미교회 수녀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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