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례의 축복을 통해 늘 하느님의 딸과 아들로 새로 태어나 예수님 곁으로 초대를 받습니다. 우리는 또한 성령의 축복을 통해 늘 하느님의 품에 안겨 예수님의 형제·자매로 초대를 받습니다. 매해 연중 1주, 우리는 복음서 말씀에 있는 예수님의 성령의 세례를 기억하면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안도감과 평안함으로 위로를 받습니다.
문득 예수님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수도 없다면서 스스로를 낮추었던 세례자 요한의 고백 속에 깃든 마음을 살펴봅니다. 사실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두르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으며 살았던 세례자 요한을 사람들은 메시아가 아닐까 기대했습니다. 회개하고 물로 세례를 받으면 하느님께 죄를 용서받는다고 외쳤던 그의 말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지금 나 또한 물로 세례를 받은 이후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면서 위로를 받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처하면서도 하느님을 대적하는 나와 세상의 수많은 나를 종종 발견하면서 깜짝 놀랍니다. 세상의 목소리에 잠시 귀를 닫고, 이웃의 상처에 슬며시 눈을 감아도 하느님은 늘 당신의 자녀로 여겨 주시겠지 하며 성당으로 기도하러 가는 나를 보기도 합니다.
아직도 수천 명씩 모여 예배하는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나의 믿음은 얼마나 다른지. 선한 양의 얼굴을 하면서 아이를 학대하는 그리스도인의 폭력성과 나의 그것과는 얼마나 다른지. 그래서 세상에서 메시아로 칭송받던 세례자 요한이 스스로를 낮추고 예수님을 올렸던 마음, 그 되돌아봄이 참 귀합니다. 성령을 보내 예수님을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로 삼아 주신 하느님은 오늘도 우리를 초대합니다.
“스스로를 낮추고 부족하다고 여기며 늘 깨어 있으라. 내가 사랑하는 딸과 아들은 부족한 이들이다.”
✠ 박용성 바르나바부제 (서대구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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