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復,부)!
‘다시!’ 나름대로 애써서 결과물을 제출했는데, 퇴짜를 맞을 때 듣던 말이 ‘다시!’ 였습니다. 우리 삶에는 이런 의미의 다시를 싫어도 피할 수 없습니다. ‘다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어도 통과하지 못했는데, 기회가 다시 찾아 올 때 듣던 말이 ‘다시!’였습니다. 우리는 이럴 때, 눈물이 핑 돌며 재기를 시도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온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다시’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온 우주와 모든 생명을 향한 하느님의 ‘다시’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죽음에 대한 하느님의 ‘다시’입니다.
“예수는 다시 살아나셨고
여기에는 계시지 않는다.”(마르16:6)
부활(復活)은 ‘다시 일으켜짐’, ‘다시 세워짐’입니다. 알고 보면 재기(再起)는 부활의 살아있는 의미를 잘 드러내는 말입니다. 겨우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성당 뜰 화분들 속에서 새우란 싹, 백합 싹이 다시 나옵니다. 이즈음 논밭을 갈고 일구어 다시 한 해 농사를 시작합니다. 봄의 새 기운으로 생명이 펼쳐집니다. 이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하늘과 땅의 모든 생명을 다시 시작하도록 일으켜 주며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코로나 19로 온 인류가 위축되었는데, 다시 시작할 용기를 하느님께서 주시는 부활절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4월에 맞는 부활대축일은 제주 4.3, 4.16 세월호 참사, 4.19 혁명 등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을 통찰하게 합니다. 깊은 고통을 품고 다시 평화와 화해의 길로 나아가리라 기대합니다. 군부독재 쿠데타로 많은 생명을 잃은 미얀마의 민중이 다시 민주와 평등을 일으켜 세우는 부활절이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코로나19 상황의 중압감을 견디어 온 교회마다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고, 다시 하나로 일어서고, 다시 웃는 부활절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다시! 하며 퇴짜 맞고 속상했던 사람들에게 다시! 하며 새로운 기회와 용기를 주는 교회가 되길 소망합니다. 우리의 실수와 허물로 물러나고 주저앉은 사람들이 다시 일으켜지는 부활절이 되길 소망합니다. 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실재, 부활의 현재가 여기저기에서 성취되길 바랍니다. 부활의 주 예수님께서 아직 어두운 이른 새벽에 동산을 찾은 막달레나 마리아에게 다시 활기를 주셨듯이, 어두움을 채 벗어나지 못한 교회에게도 다시 활기를 일으켜 주시길 청합니다.
박동신 오네시모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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