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학자들은 당시 유다 사회를 이끌었던 주류 바리사이파 사람들 중에서도 뛰어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율법을 해석하고, 가르쳤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생활수칙을 만들고 꼼꼼하게 다듬었습니다. 당시 유다인들은 율법학자들을 귀하게 여겼을 것이고, 이들이 특별한 권위와 힘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들은 매우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품격 있고, 존경받는 사람들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들을 조심하라고 하십니다.
“길다란 예복을 걸치고 나다니며 장터에서는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회당에서는 가장 높은 자리를 찾으며 잔칫집에 가면 제일 윗자리에 앉으려 한다. 또한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먹으면서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오래한다.”
왜? 율법학자들은 이토록 민망하고 낯부끄러운 일들을 보란 듯이 대놓고 할 수 있었을까요? 이것은 당시 유다 사회가 용인하거나 방임했기 때문에 생겨난, 엘리트 권력집단의 자기도취와 방종이 빚어낸 일반화된 관용이었을 것입니다.
이 시대에도 이러한 낯부끄러운 일들은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정치와 종교의 위선은 물론, 검찰, 사법의 불의와 부끄러움을 모르는 언론의 거짓말 등... 파렴치함을 실시간 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사회의 한 축을 구성하기에 사회의 부패와 불의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미성숙함은 시험공부만 잘한, 미성숙한 엘리트들이 우리 사회를 주도하게끔 방임한 결과는 아닐런지요?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교회는 어떻게 중심을 잃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며, 정의롭게 사랑을 품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동전 한 닢을 넣는 가난한 과부를 바라보는 예수님의 눈과 마음을 교회인 우리들이 다시 회복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제욱 요셉 사제 (영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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