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지르러 이 세상에 오신 예수
프로이드는 사람들 안에 우리를 안절부절 못하게 하는 불꽃이 있는데 그것은 성욕이라고 했습니다. 기도의 성녀 아빌라의 데레사는 사람들의 영혼 깊은 곳에 있는 불꽃이 있는데 그것은 하느님을 향한 사랑의 불꽃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은 육체를 지닌 생물학적 존재인 동시에 영혼을 지닌 영적인 존재이기에 이 두 가지 불꽃을 모두 경험하며 살아가야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어느 한 가지 불꽃을 칼로 도려내듯 분리시킬 수 있는 존재도 아닙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어느 불꽃을 지피며 살아가는가에 따라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삶과 길을 걸어가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시작은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불은 불에 의해서 옮겨지기에 예수님은 불 그 자체이셨고, 예수님의 사역과 고난과 십자가 그리고 죽음은 예수님의 불길 그 자체였습니다. 카타리나 성녀의 이야기처럼 ‘불에 가 닿는 것은 모두 불이 되기 때문에...’ 예수님은 그 불길이 제자들과 믿는 사람들에게 번져가고 그 불길이 세상을 태우길 원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은 박해받던 초대 그리스도인들과 제자들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읽고 묵상하여야 합니다.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였다는 이유로 유다인들에게 받아야 했던 박해, 하느님은 유다인들만이 아니라 이방인과 죄인들의 하느님이라고 증언하였기에 받아야 했던 박해들, 로마의 통치와 질서를 흔들지도 모른다는 제국의 불안 때문에 받아야 했던 박해들... 그러나 그 같은 박해 가운데서도 히브리서 11장에서 사도 바울이 증언하듯 예수님의 불은 믿는 사람들에게 옮겨집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감옥에 갇혔지만 석방을 거부하며 고문을 달게 받기도 하고, 돌에 맞아 죽고 톱질을 당하고 칼에 맞아 죽기도 하면서 믿음을 지켰습니다. 그들은 모두 ‘믿음의 불꽃’으로 살았고 사도 바울은 그들을 가르켜 ‘구름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불길의 증인, 믿음의 증인들’이리고 하였습니다.
성경을 몰라서 사람들이 ‘하느님은 죽었다’고 말한 것이 아닙니다. 복음을 몰라서 오늘의 그리스도인들과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압니다. 원인은 하느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불꽃이 꺼진 그리스도인들과 교회’에 있습니다. 맘몬과 우상으로 넘실대는 세상에서 ‘아니오’의 불꽃을 태우는 그리스도인과 교회를 찾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율법은 알지만 지금 여기서 어떻게 하느님 나라를 살아야하는지 모르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 교리는 알지만 지금 여기서 어떻게 하느님의 뜻을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 지금 세상은 지금 여기서 ‘불타는 그리스도인과 교회’를 만나길 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샬렘영성훈련원> 묵상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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