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품고 현실적으로
성육신은 희망을 품으면서도 현실을 정직하게 응시하게 해줍니다. 성육신을 믿는다는 것은 모든 곳을 비추는, 그렇게 하기로 작정한 빛을 보았음을 뜻합니다. 새로운 세계의 여명이 밝아 옵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환하지는 않습니다. 성육신은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기에 관한 가르침이면서 또한 무고한 한 사람이 골고다에서 잔혹한 십자가형을 받은 것에 대한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십자가 발치에 서기까지는 하느님이 성육신을 통해 뜻하신 바가 얼마나 크고 넓은지 알기 어렵습니다.
… 그렇기에 교회는 우리 가운데 여전히 슬픔이 있음을 정직하게 인정하며 사려 깊게 기쁨의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교회가 여전한 분투와 시시때때로 우리를 넘어뜨리는 패배를 정직하게 마주하지 않고 마냥 행복한 얼굴로 발랄하게 빛과 기쁨 승리를 기념하는 것은 성육신을 부당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사랑하라고 명령하신) 상처 입은 이웃은 그리스도께서 오셨다는 기쁜 소식에서 멀어집니다.
세상을 비추는 빛은 현실의 어둠을 피하거나 거부하지 않습니다. 빛은 성육신을 통해 죄로 점철된 영역 안으로 들어와 활동하며 궁극적인 승리를 거둡니다. 이것이 우리가 ‘영원한 말씀’을 ‘복음’이라고 부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세상을 비추는 빛이 어둠에 비춥니다. 어둠은 빛을 이기지도 , 이 해하지도, 붙잡지도 못합니다.
예언자들이 예언했던 말씀, 계명에 분명히 나와 있는 그 말씀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육신이 되었습니다. 교회가 이 말씀을 선포하는 가운데, 그 말씀을 듣는 가운데,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가운데, 교회의 구성원들이 말씀을 증언하는 가운데 그 말씀은 당신의 활동을 이루어 나가십니다. …
윌리엄 윌리몬,
『성육신 : 하늘과 땅이
겹치는 경이』中
p.74 ~ p. 76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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