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 같이
마태오 복음은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는 길, 좁은 문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으로 유대인들이 지켜왔던 율법의 본래 의미를 되살려 주시는 동시에 문자 만능주의로 남을 판단하고 비난하는 이들의 생각을 들추어내십니다. 외적 행위만 문제 삼았던 율법 학자들의 이기적인 결과는 율법의 기준을 엎어버리는 격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율법의 참 정신인 소금과 빛이 되는 길, 좁은 문을 보여주십니다.
“너희는 ~ ~라고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대립 명제를 통해 율법의 참 정신을 제시하십니다. ‘이웃에게 분노하지 말고, 남이 바라는 대로 해주고’ 어찌 여기까지의 가르침은 이해하며 노력하겠지만, ‘원수를 사랑하는 일’에서는 말문이 막혀버립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율법의 핵심인 ‘하느님 사랑 이웃사랑’의 계명을 우리에게 주시기 위해 일상에서 풀어내는 어려운 숙제를 주셨습니다.
사실, 우리의 노력과 능력으로는 숙제를 풀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하셨습니다. 성령님의 특별한 은총이 없으면 우리의 힘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예수님께서 내신 숙제가 어려운 것은 내 중심에 큰 자아가 똬리를 틀고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중심 자리를 성령님께 내어드린다면 분노, 미움, 원수는 자연스럽게 내 중심에서 멀어집니다.
원수처럼 지내던 아르메니아가 강진 발생으로 고통당하는 튀르키예를 위해 국경문을 열고 육로로 구호품을 옮기는 뭉클한 모습도 봅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새 계명을 주신 예수님 앞에 자신의 부족함을 겸손히 내어놓고 성령께 간청하는 일에 집중해야 아버지를 닮아가는 일이 가능합니다. 그것이 아버지의 완전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좁은 문의 시작입니다.
유용숙 프란시스 (구미교회 수녀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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