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거룩함
교회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다. 달리 말하면 예수의 제자들이 그를 하느님의 아들임을 고백하고 그를 증언하면서 교회는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교회는 예수님의 수난, 부활, 승천에 대한 기억을 통해 기쁨의 절기를 보내고 성삼위일체주일과 성령강림대축일을 턴하면서 평주일 연중으로 들어간다. 연중은 교회의 평범한 일상의 절기다. 살아가면서 참 중요한 것은 어떤 이벤트의 날들이 아닌 일상의 날들이다.
축일이나 이벤트가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일상이 오히려 참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린 이 일상에서는 거룩함… 기쁨과 놀라움을 잘 느끼지 못한다. 생일이나, 가령 .....Day, 교회력에서 보자면 예수님의 성탄이나, 부활, 승천일 같은 대축일이 거룩한 날, 축복의 날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이 더 거룩해져야 하는 날들이다.
그래서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 더 종교적이고 더 지혜로운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상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일들은 의외의 순간이다. 놀라운 일들 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무심하게 일상으로 돌아올 때 그곳이 우리의 삶의 자리이다. 변화산에서 제자들의 경험이 거룩한 경험인 듯 하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주님을 붙들고 초막을 짓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돌아가야 하는 우리의 일상의 자리가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이다. 그런 차원에서 교회는 이제 곧 긴 연중의 시기로 들어간다.
주님이 승천하시고 이 땅에 계시지 않는 것 같은 때에 우리의 일상에서 하느님을 경험하는 소소한 일들이 있기를 소망한다.
성경원 요한 사제 (문화선교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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