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저는 농사를 짓습니다. 밭작물을 하고, 조그만 무농약 생태논을 합니다. 또한 사과농사도 합니다. 농사는 하늘에 의존합니다. 과학 영농이다 기술 농업이다 말하지만, 햇빛과 비와 바람이 농사를 결정합니다. 현실적으로는 농약과 비료 등 화학이 농사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윤을 목적으로 삼은 인간의 과도한 욕심이 불러온, 광범위한 부작용과 악순환을 처리하는 방식에 불과합니다. 착시인 것이죠.
하여간 뿌리고 심고, 가꾸고 거두어들이는 일은 사람이 하지만, 자라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하늘의 일입니다. 농사는 하늘의 은총 안에서 이루어져갑니다. 비단 농사뿐만 아니라 모든 피조물의 생명 현상, 곧 삶이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빚어지는 것임을 농사를 하면서 세삼 느끼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둑을 매고 물을 받아, 작은 뙈기의 논을 만들어 논농사를 지은 적이 있습니다. 장날에 미꾸라지도 사고, 우렁이도 사서 논에 넣었습니다. 풀약도 치지 않고, 비료도 뿌리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자연농에 가깝게 논농사를 했습니다.
개구리밥(풀)이 논을 덮어가고 있을 무렵, 논 속에 물에 사는 곤충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방개, 물땡땡이, 물자라, 장구애비, 게아재비, 풍년새우, 잠자리애벌레(수채), 애물방개, 줄무늬물방개, 거머리....등등, 수많은 수서생물들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 있다가 나타났는지 모르지만,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것들을 제거하고, 자연에 가깝게 논을 만들었더니, 스스로 회복하고, 복원하고, 돌아오고, 모여들고, 깃들여 살기 시작했습니다. 한뙈기 작은 세계에서 창조의 기적을 보았습니다.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생명력, 그 복원력 그것은 분명 하느님의 힘입니다. 그래서 올해도 논을 만들어 모내기를 했습니다. 몇 년 전 감동을 다시 맛보기 위해서입니다.
햇빗과 비와 바람과 같은 삼위일체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모든 생명을 품어 안고, 보듬어서 모두 살아가도록 바탕이 되어주시고, 모두를 에워싸 환경이 되어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은 은총 안에서 서로 축복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께서 이루어주시는 친교를 여러분 모두가 누리시기를 빕니다.”(2고린13:13)
천제욱 요셉 사제 (영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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