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에와 함께 쉼으로 초대
결혼을 준비하는 이는 축하객으로 누구를 초대할 것인지 정합니다. 요즘 초대장을 전달하는 방식도 ‘코로나 19’ 이전과 이후가 다릅니다. 언제부터인가 모바일로 받은 초대장이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근사한 장소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신랑 신부를 축하하는 자리에 초대된 이들은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하지만, 신랑 신부와 함께 감당하기 어려운 어떤 멍에를 메고 자기희생을 요구하는 초대장이라면 그 초대에 선뜻 공감하거나 축하 자리에 가야 하는 고민을 하는 이가 많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하느님을 ‘우리의 아버지’로 소개하며 우리를 그분에게로 초대합니다. 초대장은 당신이 계획한 일을 하자고 우리에게 권하십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일, 용서하는 일, 치유하는 일’로 온유와 겸손이 마음의 바탕이요, 그 속에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숨어 있는, 이미 하느님 나라가 와 있음이 증명된 초대장입니다. 이 초대의 숨은 뜻을 알고 응하는 이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하느님 나라의 초대를 받고 선뜻 응하지 못하는 이는 현실에서 우선해야 할 일을 많이 쌓아놓고 삽니다. 우리는 각자의 짐이 있습니다. 근심과 걱정 많은 문제가 우리의 발목을 잡습니다. 그럴수록 듣는 귀를 막고 보는 눈을 감고, 두근거리는 양심을 외면합니다. 그 마음 바탕에는 자기 뜻을 내세우고 싶은 마음이 커 예수님의 마음을 배우고 싶지 않습니다. 섬김을 받기보다는 섬기는 종의 모습이 초대장에 새겨 있으니, 머뭇거리는 자신을 봅니다.
예수님은 제자의 길로 초대하시면서 근사하고 멋진 자리가 아닌, 섬김의 자리를 제시합니다. 이기적 자아의 계획을 내려놓으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나머지는 자비로운 아버지께서 책임져 주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우리의 근심 걱정을 그분 앞에 내려놓기를 바라십니다. 그러면, 성령께서 우리 마음이 변화되도록 깨우침을 주십니다. 우리 마음의 변화가 찾아오면 짐의 무게는 가벼워집니다. 사랑하는 일, 용서하는 일, 치유하는 일로 초대받은 우리에게 편히 쉬게 하는 은총이 있기를 바랍니다.
유용숙 프란시스 수녀사제(구미 교회)
'말씀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가지 비유 - 곽무호 여호수아 사제(마산교회) (0) | 2023.07.29 |
---|---|
은총의 소중함 - 채창완 야고보 신부(제주우정교회) (0) | 2023.07.14 |
두려움을 넘어서는 신앙으로 (0) | 2023.06.24 |
교회다움을 세워가기를 - 안균호 예레미야(기장교회 관할사제) (0) | 2023.06.24 |
믿음으로 결단하며 나갑시다(유명희 테레사 사제(거제교회)) (0) | 2023.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