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것 중의 뒷것이신 - 요한 6:1-21
어린 시절부터 마음 깊이 간직했던 꿈과 같았던 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50여 년 전에 그의 노래를 처음 들었고, 10년쯤 지나 책을 통해 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뒤 5년 지난 1990년쯤 텔레비전을 통해 처음 얼굴을 봤습니다. 그의 노래는 전축이나 라디오도 아니고,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로 처음 접했습니다. 그땐 중학생이었지만, 가슴 깊이 묵직하게 파고드는 뭔가 있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청년 시절 카세트 테잎을 통해 첨으로 그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온몸에 파고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잔잔한 파동을 잊을 수 없습니다. 목소리와 노랫말이 완전하게 합일되는 노래를 난생 처음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목소리 하나로 마치,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갈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 이는 제게 사람이 얼마나 맑고 숭고할 수 있을지 가르쳐 준 사람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뒤에서 뒷것으로 남아 앞것(배우)들의 배후가 되고, 바탕이 되어 앞것들의 삶을 열어 주었습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람, 김민기를 마음 깊이 새깁니다.
뒷것 중의 뒷것이신 예수님을 생각합니다. 먹이시고, 고치시는 분, 가난한 자와 약자들의 벗이 되어주신 분, 그 모든 발로는 측은지심입니다. 오늘 요한복음 본문의 5,000명을 먹이신 일과 물 위를 걸으신 기적은 끊임없이 구원하시고 해방하시는 하느님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밖에 예수님께서 하신 수많은 일들은 야훼 하느님의 마음과 뜻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 너무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우리의 모든 공간과 시간 속에서, 삶의 모든 정황 속에서 함께 계시는 야훼 하느님은 우리의 배후이시며, 바탕이십니다. 풀과 나무, 들과 산, 바다와 하늘이 되어주신 하느님, 모든 생명의 숨결을 붙잡고 있는, 흙과 같은 하느님은 깊은 침묵으로 가장 뒤에서 뒷것으로 계시는 분이심을 고백합니다.
천제욱 요셉 사제(영주느티숲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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