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와 수단 - 요한 6:24-35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 베풀고 나누는 삶과 같이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 목표들을 세우고 삽니다. 목표를 세운 후에는 이것들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습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좋은 것을 먹기로 하고, 행복을 위해 사람들과 친교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베풀고 나누기 위해 경제적인 여유를 갖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목표와 수단이 전도顚倒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몸매에 대한 집착으로 변하여 오히려 몸을 망가뜨리고, 친교를 나누기 위한 노력이 명예욕으로 변질되고, 나누기 위해 재물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모으기 위해 모으는 상황이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군중들에게 ‘너희들이 나를 찾아온 것은 내 기적의 뜻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군중들도 처음에는 예수님께서 전하시는 말씀을 듣고, 그곳에서 드러나는 하느님 나라에 감동하여 예수님을 따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점차 예수님의 가르침이나 하느님 나라를 향한 희망보다는 예수님을 따라다니면 먹을 것을 주기 때문에, 아픈 것이 낫기 때문에 예수님을 따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어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먹인 것은 모세가 아니라, 모세에게 만나를 허락하신 하느님이심을 말씀하십니다. 백성들이 생각해야 하는 것은 모세가 가져다준 만나가 자신들의 배를 채웠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만나가 누구에게서 온 것인지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하신 것입니다.
목표를 잃지 않는 것, 그리고 목표를 위한 수단이 목표를 넘어서지 않게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이를 놓치곤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목표는 하느님 나라이고, 우리가 삶에서 하는 모든 것은 하느님 나라를 위한 수단입니다. 우리가 일을 하고, 사람들을 돕고, 친교를 나누는 것은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일과 자선과 친교가 주는 기쁨이 하느님 나라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그 기쁨은 하느님 나라가 우리의 목표가 되었을 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일 뿐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 황윤하 라파엘 부제(동래교회)
'말씀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수님처럼 먹히는, 나누는 생명으로 (1) | 2024.08.27 |
---|---|
살아있는 빵, 세상은 그것으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노현문 다니엘 사제) (1) | 2024.08.17 |
뒷것 중의 뒷것이신 - 요한6:1-21 천제욱 요셉 사제(영주 느티숲교회) (0) | 2024.07.26 |
삶의 모든 순간이 예수님의 옷자락이 되길 - 마르 6:30-34, 53-56 심미경 아가타 사제(포항교회) (0) | 2024.07.19 |
거미 - 마르 6:14-29 성경원 요한(문화선교 담당사제) (0) | 2024.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