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가3:15-17,21-22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느님의 구원은 고귀하고 정결하고 값비싼 것이어서, 일상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한해 한번은 찾아가야 하는 예루살렘 성전의 순례 경비 또한 버거웠습니다. 제사를 드리기 위한 번제물의 비용 또한 무거웠고, 만나서 하느님 말씀을 듣기에 제사장은 너무 먼 사람이었습니다.
반면 요르단강은 누구나 하느님 앞에 나와 회개받을 수 있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산과 계곡을 흘러 내려와 갈릴리 호수가 되어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이 있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물이 되어 흘러가고, 아낙네들은 빨래를 하고 물을 길어가고, 아이들은 수영을 하는 그런 평범한 곳이었습니다.
그곳 요르단강 세례자 요한 앞에 예수님이 나타나신 것입니다. 하느님의 역사를 이룩하실 위대한 분, 엄청난 폭발력으로 세상을 심판하실 분, 난장판인 세상을 뒤집어 평화를 이룩하실 구세주를 기대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은 너무나 당황스럽습니다.
당연히 이 땅에 오실 메시아라면 예루살렘 성전에나 오셔야 할텐데, 이 좁고 낮은 요르단 강에 나타난 것입니다. 각종 격식있고 화려한 제의를 갖추고 율법과 토라를 깊이 있게 연구한 제사장이 아니라, 누더기를 입고 모든 것을 버리고 회개하면 구원받는다고 외치는 수도승 같은 요한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값없이 주신 하느님의 한없는 은총이 요르단강 세례였다면,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너무나 큰 선물입니다.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사신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기에, 우리 그리스도인의 성전은 당연히 예수님이 살아내셨던 삶의 한복판입니다. 요르단강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구원의 상징인 비둘기를 보내 성령으로 예수님을 감싸안으며 선포합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박용성 바르나바 사제(서대구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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