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봄
2020년은 우리 인류에게 문명사적 전환의 해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더니 이제는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와 기후 변화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합니다. 게다가 폭우가 끝나고 이제는 폭염이 올 것이라는데 걱정입니다.
오늘 마태오 복음서 저자는 예수님의 낯선 모습을 전합니다. 마귀에 걸린 딸을 고쳐달라는 가나안 여인에게 “나는 길 잃은 양과 같은 이스라엘 백성만을 찾아 돌보라고 해서 왔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세리와 창녀와 죄인들의 벗이고, 늘 가난하고 소외 받는 이들의 편이신 예수님 입에서 나온 이야기라고는 믿기 힘든 내용이며, 여인의 입장에서는 복창 터질 이야기입니다. 이에 대해 누군가는 예수님께서 가나안 여인을 통해 진실된 믿음을 가르쳐주시고자 그랬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예수님의 뿌리 깊은 곳에 유대인 전통이 자리해 있음을 드러내 주는 대목이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합리적인 설명들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이 말씀은 여전히 낯설고, 또 불편해서 목이 막혀옵니다.
코로나19와 폭우 등 우리 삶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주 낯선 현실을 바라보며 잠시 묵상합니다. 하느님의 아름다운 창조 질서 안에서는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이 낯선 현실을 보면서 우리의 죄를 징치하기 위한 하느님의 심판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어떤 말씀을 하시고 싶으셨을까 생각해봅니다. 가나안인들에 대한 낡은 유대적인 사고에 묶여 있었던 당신의 모습을 통해 우리들의 낡은 모습을 똑바로 되돌아보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제야 제 목에 턱 걸렸던 무엇인가가 내려가는 것을 느낍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와 폭우, 폭염 등은 인간이 지구의 생명을 파괴하는 이기적인 욕심으로부터 생겼다고 합니다. 지구를 정복해야 한다는 낡고 오래된 습관에 묶여 있는 우리들에게 생명의 하느님께서 잠시 멈추고 되돌아보라고 말씀일 것입니다. 강아지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주워 먹는다는 가나안 여인의 목소리, 오늘도 예수님은 잠시 멈추고 되돌아보면서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십니다. 그리고 부족한 우리를 당신의 옆자리에 초대하십니다.
✠ 박용성바르나바부제(서대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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