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의 열쇠
오늘 주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반석”이라 부르시면서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열쇠를 받은 베드로는 이제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 있게 된다고 합니다.
이 짧은 말씀 속에는 구약시대로부터 이어지는 두 가지의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유다왕국의 히즈키야 왕이 그의 가장 신뢰하는 신하 엘리아킴에게 다윗의 집(왕의 가문) 열쇠를 줬던 이야기입니다. 힐키야의 아들 엘리아킴은 왕국을 관리하면서 다윗왕가의 영광을 빛내는 중책을 맡아야 했습니다. “내가 또한 다윗의 집 열쇠를 그의 어깨에 메어 주리니 그가 열면 닫을 사람이 없고 닫으면 열 사람이 없으리라.(이사 22:22)”
다른 하나는 매고 풀 수 있는 권한입니다. 당시 이스라엘의 법적용어로 “매다”는 ‘금지’를 뜻하고, “풀다”는 ‘허용’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또한 “땅”은 율법과 같이 이 땅에서 정해지는 규례를 “하늘”은 교회와 천국을 뜻합니다. 즉, 베드로는 이 땅에서 하느님의 나라와 교회의 규례를 정할 수 있는 대법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큰 신뢰와 권한을 주셨기에 주님은 베드로(반석)위에 교회를 세운다는 표현까지 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베드로가 얼마나 부족한 인물인지 복음서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칭찬을 받았던 베드로는 그 직후 예수님의 가르침에 항의하다가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장애물이다.”라는 질책을 당하기도 합니다. 주님이 베드로에게 중요한 사명을 맡기신 것은 베드로의 능력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고백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의 복음을 묵상하는 가운데, 우리의 진심을 담아 “주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내 삶의 주인이 되시고 당신이 원하는 대로 저를 이끌어 주세요.“라고 고백할 때, 주님은 부족한 우리를 각자의 사명에 맞게 쓰실 것입니다. 하늘나라의 사명과 열쇠를 소망하는 우리 모두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 김민식멜기세덱부제(북부교무구청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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