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있느냐?
우리는 1월 6일인 공현대축일을 오늘로 옮겨 지킵니다. 공현대축일은 주현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영어로는 ‘epiphany’로 표기하며 고대 그리스어의 ‘신의 현현(顯現)’에 해당하는 의미에 그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하느님이시며, 이 땅의 왕이심을 온 세상에 알리고 드러내신 것을 기억하며 기뻐하는 날입니다.
서방교회의 전통에서는 예수님이 태어나시고 동방박사 3인에게 경배를 받으신 사건을, 동방교회에서는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신 후 하느님의 음성이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가 기뻐하는 자다.’라는 증언이 공현대축일의 의미라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성공회도 서방교회의 전통을 함께하고 있기에 오늘 복음도 동방박사의 방문 내용입니다.
동방박사들은 ‘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별’을 보고 멀리서 찾아옵니다. 유대 땅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당시 로마로부터 권한을 받아 유대 땅을 지배했던 헤로데의 궁전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물어봅니다.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이가 어디에 있습니까?” 이 물음에 헤로데는 당황했지만 당시 석학들, 종교지도자들을 불러 모읍니다. 그리고는 “유다인의 왕으로 나실 그분이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다.”는 예언을 성서에서 발견합니다. 그리고 헤로데는 동방박사들을 보내며 자신에게도 그 곳의 위치를 알려달라는 말을 건넵니다.
“유다인의 왕으로 오셨다.”라고 했는데 정작 유다인이었던 헤로데와 그의 옆을 지켰던 종교지도자들은 시큰둥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 그 아기를 죽이려고 마음을 먹습니다. 오히려 유다인이 아닌 외국인이었던 동방박사들은 귀한 예물을 가지고 유다인의 왕으로 오신 예수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들이 증명합니다. 예수님은 온 세상의 왕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오늘 나는 뭐라고 물어볼까요?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있습니까?” 아니면 “나의 왕, 우리의 왕으로 오신 이가 어디에 있습니까?”
박준헌 미가 부제(교무국)
'말씀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표징을 여는 믿음과 순종 - 채창완 야고보 사제 (제주 한일우정교회) (0) | 2022.01.20 |
---|---|
세례 은총을 기억하라! - 유용숙 프란시스 수녀사제(구미교회) (0) | 2022.01.11 |
성가정 - 사공병도 베드로 사제(울산교회) (0) | 2022.01.03 |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김대성 여호수아 사제(화명모두애교회) (0) | 2021.12.17 |
회개의 증거 - 조연성 야곱 사제 (0) | 2021.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