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 은총을 기억하라!
전례력의 성탄과 부활의 두 기둥은 하느님의 말씀을 믿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은총이고, 예수의 정체성이 분명히 드러나는 사건입니다. 우리는 말씀이 우리 삶에 깊이 들어오심을 확인하며 옷깃을 여밉니다. 특히, 예수님의 세례는 우리의 세례 언약을 기억나게 하며 우리 삶을 성찰하도록 길을 열어줍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일치된 삶으로 초대받았습니다. 초대는 내 의지보다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은총이 내 안에 머물도록 항상 간구하지만, 은총을 가리는 일은 언제든지 주위에 있으며, 나를 넘어뜨리려는 것이 내 안과 밖에서 진을 치고 기다립니다. 내 신앙하는 일을 멀어지게 하는 일은 주위에 많을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교회 공동체와 의지했던 교우나 성직자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때, 하느님의 백성 안으로 들어가는 일을 불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실망하는 마음이 더 커지기 전에 세례의 은총을 기억하며 성령의 도우심을 구해야 합니다.
시험에 들지 않기 위해서는 예수님의 발자국을 따라야 합니다. 예수님은 세례받으신 후, 하느님의 의를 이루시려고 사람들을 만나셨고, 조용한 곳으로 가셔서 기도하셨고, 불의를 보면 화도 내셨고, 이기적이고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자들에게는 당당히 맞섰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주교님은 예수님의 발자국을 따르기 위해 인종차별과 독재정치에 저항하며 약자들의 편을 들어준 평화의 사도였습니다. 세례를 받은 나는 누구의 발자국을 따르고 있을까요!
우리가 세례받을 때, 은총의 경험은 각자 다릅니다. 우리가 받은 은총은 세상이 준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기에 세례의 은총을 잘 지키고 빛나게 하는 것은 마땅한 일입니다. “사람의 생각은 그 사람 속에 있는 마음만이 알 수 있듯이 하느님의 생각은 하느님의 성령만이 아신다.”(1고린 2장 11절) 우리가 세례받은 은총을 기억하고 살아가려면,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마음을 알아차려야 하고, 그분께서 기뻐하시는 일만 좇아야 합니다. 그것이 하느님 나라의 백성으로 사는 것입니다.
유용숙 프란시스 수녀사제(구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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