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잘 들어라.”
사순절을 시작하며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는데 그 내용 중에서 ‘인간이 되신 하느님의 사랑을 함께 살아가는 사순의 시간’ 이라는 구절이 나의 마음을 강하게 붙들었다. 사순절을 회개와 절제와 인내의 시간이라고 여기며 묵주기도를 시작한 나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는 내 마음의 어디에도 그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순절을 시작하며 왠지 모를 마음의 답답함과 무거움이 느껴지던 어느 날, 나는 나의 기도에 스스로 놀랐다. “주님, 하루하루가 사순절처럼 느껴지는 저에게 당신의 십자가까지 얹지 말아주십시오. 그리고 당신이 겪으신 고난을 저에게도 겪으라고 요구하지 말아주십시오.”
그 날 이후 나는 이번 사순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하느님께 계속 물었다. 그리고 그 기도에 대한 응답을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들을 수 있었는데 한국샬렘영성훈련원의 영적동반과정 강의에서였다.
(C. S. Lewis의 나니아 연대기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에, 어린 소년 디고리는 어머니가 죽어가고 있고,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부서진다. 그는 절망스런 얼굴로 위대한 사자 아슬란을 바라보자, 아슬란의 눈에서 “크게 반짝이는 눈물”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 눈물은 디고리 자신의 눈물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 크고 빛나는 눈물이어서, 사자는 정말로 자신보다 어머니에 대해서 더 슬퍼한다고 잠시 느꼈다. “나의 아들아, 나의 아들아, 슬픔이 얼마나 큰지 안다. 이 땅에서 너와 나만이 그것을 안다. 우리 서로 잘 지내자.”라고 아슬란이 말했다. 디고리는 그 계획이 너무나 무서워서 죽음과도 같이 느껴졌지만, 아슬란을 신뢰하기로 선택했다.그는 너무나 슬펐고, 자신이 올바른 일을 했는지 확신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아슬란의 눈에서 반짝이는 눈물을 기억할 때마다 확신하게 되었다.
하느님께서 아슬란의 음성으로 나에게 말씀하셨다. “아니다. 잘 들어라. 나의 딸아, 나의 딸아, 나의 고난으로 너의 고난을 안다. 이 땅에서 너와 나만이 그것을 안다. 우리 서로 잘 지내자.” 이 땅에서 너와 나만이 그것을 안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 말씀이면 족하지 않겠는가,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렇다. 나에게 있어서 이번 사순절은 위로와 사랑이 가득한 봄날이다. 눈을 감고 감히 상상해 본다. 십자가를 지시고 꽃길을 걸으시며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시는 주님의 얼굴을!!
심미경 아가타 사제(동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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