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섬기는 사람 - 마르 9:30-37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길에서 무슨 일로 논쟁하였느냐?” 물으십니다.
사실 이러한 논쟁은 제자들이 예수님과 지내던 내내 각자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던 유혹이며 욕망에서 터져 나온 것입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감추며 은근히 경쟁하고, 겉으로는 진정한 형제애를 사는 척한 결과입니다.
첫 자리, 높은 자리와 영향력, 주도권을 쥐는 자리인 “가장 큰 사람”에 집착하고 있을 때, 주님은 다가올 십자가를 말씀하셨습니다. 선생은 ‘고난받는 종’으로서 자기 생명을 내어줄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 제자들은 스스로 스승이 되거나 높은 사람이 될 것만을 생각합니다. 선생은 섬김을 말하고, 제자들은 지배와 통치를 생각합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큰 사람”이 되어 주도권과 힘, 영향력을 손에 쥐기 위해 분주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실패와 수난, 죽음의 상징인 십자가와 십자가에 달린 죽음을 경배하면서 그 죽음 너머에 부활이 있음을 믿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어린이들은 생존을 위해 누군가 다른 이에게 철저히 의존해야만 합니다. 예수님은 천진난만한 미소와 아름다움을 지녔으나 철저히 의존해야 하는 어린이를 “꼴찌와 종”의 본보기로 내세우십니다.
그리고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시고자 했던 본래 뜻은 군더더기 말이 필요 없이 자명합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 그리스도인은 기꺼이 모든 형제자매의 꼴찌가 되고 종이 되어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꼴찌가 되고 섬기려는 진실성이 있는지, 사목자로서 나에게 묻고 또 물을 일입니다.
- 김성완 분도 사제(거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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