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믿음 - 마태 6:25-33
물질의 풍요가 넘치는 시대이지만, 우리의 마음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습니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높이 오르려 애쓰지만, 그 끝에는 불안과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새 하느님께서 주신 은혜를 잊은 채, 내 손으로 이룬 것만을 자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질에 대한 집착은 결국 관계를 깨뜨리고, 마음의 평화를 앗아가며, 우리를 더 깊은 공허 속으로 이끕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무엇을 먹고 마시며 살아갈까, 또 몸에는 무엇을 걸칠까 하고 걱정하지 마라."(마태 6:25) 하십니다. 공중의 새를 먹이시고 들꽃을 입히시는 하느님을 믿으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그저 들어주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신명기의 말씀처럼,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굶주렸을 때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만나를 내려주시며, "사람이 빵만으로는 살지 못하고 야훼의 입에서 떨어지는 말씀을 따라야 산다."(신명 8:3)라는 진리를 깨닫게 하셨습니다. 그것은 곧 우리가 하느님의 은혜로 살아가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야고보서는 "온갖 훌륭한 은혜와 모든 완전한 선물은 위로부터 오는 것"(야고 1:17)이라고 말합니다. 감사는 바로 이 믿음의 고백입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내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임을 인정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진정한 감사는 풍요 속에서만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결핍 속에서도 하느님을 신뢰하는 믿음에서 비롯됩니다.
추수감사주일은 단순히 한 해의 수확을 기념하는 날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간 잊고 있었던 하느님의 은혜를 다시 기억하고,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는 날입니다. 뜻깊은 오늘,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을 돌아보며 이렇게 고백하면 어떨까요?
"주님,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보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을 주시는 은혜에 감사합니다."
그 믿음 위에 서는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기쁨이 다시 풍성히 열릴 것입니다.
김대성 여호수아 사제(화명모두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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