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특별하지 않다는 은총 - 마태 3:1-12
세례자 요한에게 많은 이들이 찾아 왔습니다. 그중에는 바리사이와 사두가이도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자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구별된 존재라 믿었던 그들이 요한에게 찾아왔습니다. 회개하러 나온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교만과 특권 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겸손해 보이려 했을 뿐, 실제로 낮아질 생각은 없었습니다.
요한은 이러한 그들의 중심을 간파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은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녀를 만드실 수 있다.”
이 말씀은 그들에게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요한의 말은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던 그 근거, 혈통과 지위와 종교적 체면은 하느님 앞에서 아무 권리를 주지 못한다는 선언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 또한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특별하지 않기에 모두가 특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특정한 사람만 사랑하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를, 한 사람도 빠짐 없이 자녀로 삼으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매주 하나씩 밝혀지는 대림초는 우리의 어두움을 비추며 이렇게 묻습니다. “나는 나를 다른 이보다 더 낫다고 여기고 있지 않은가? 신앙의 연륜, 지식, 직분이 나를 안전하게 한다고 착각하고 있지 않은가?”
하느님은 우리가 가진 혈통, 지식, 권력, 재력을 보시는 분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자신의 은총으로 우리를 자녀 삼으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어떤 위치인지는 하느님께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은 하느님께 어떤 의미도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다만 자기를 내려놓는 이의 마음을 기쁘게 받으시고 은총을 베푸십니다.
주님 앞에서는 모든 특권이 무너집니다. 오직 은총만 남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를 특별하게 만들 필요도, 증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느님께 조건 없이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 안에 머무를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히 자유롭습니다.
황윤하 라파엘 사제(동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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