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애의 시작, 우리의 새해의 시작 - 마태 3:13-17
주님의 세례 축일은 예수님께서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자, 그분의 공생애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순간을 기억하는 축일입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의식을 넘어, 예수님께서 세상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사명을 시작하는 ‘첫걸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축일은 매년 새해 시즌과 맞닿아 있어, 우리에게도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깊게 깨닫게 합니다.
예수님의 공생애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죄인들이 몰린 요르단강 변에서 조용히 시작되었습니다.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임하시며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다”라는 음성이 들릴 때, 예수님의 새로운 길이 열렸습니다. 이 길은 기적과 말씀만으로 이뤄질 길이 아니라, 상처 입은 이들 곁에 머무르며, 억눌린 이를 일으키고, 아픈 세상을 치유하는 길이었습니다. 이 세상의 어둠 한복판에서 시작된 작은 빛이 곧 공생애의 출발이었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우리에게도 이 장면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새해의 시작은 단지 달력이 바뀌는 변화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새롭게 말씀하시는 시간입니다. 요르단강에서 예수님께 들린 음성이 오늘 우리에게도 들립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내가 너를 다시 보낸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통해 사명을 확인하고 길을 걸어 나가셨다면, 우리 역시 세례받은 이로서 새해를 새로운 사명으로 시작합니다. 삶의 어려움과 혼란 속에서도, 우리 위에 머무시는 성령은 우리를 새 힘으로 일으키시며, 일상 속에서 작은 선을 행하고 화해를 이루며 이웃을 돌보는 자리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예수님의 공생애가 요르단강에서 조용히 열렸듯, 우리의 새해 역시 거창한 계획보다 하루의 충실함, 한 사람을 향한 배려, 작은 책임감에서 시작됩니다. 새로운 해는 우리가 새롭게 변할 때 열리고, 우리가 사랑을 선택할 때 깊어집니다.
주님의 세례 축일을 맞아, 예수님의 공생애의 시작을 바라보며 우리의 새해도 그분의 빛 안에서 다시 시작되기를 기도합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새롭게 하시고, 올해의 모든 걸음이 하느님 나라를 드러내는 발걸음이 되도록 인도하시기를 바랍니다.
노현문 다니엘 사제(울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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