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잘 도착했어 - 마태 2:13-23
아기 예수님은 죽음의 위기에서 이집트로 피신했다가 헤로데가 죽은 뒤에 갈릴래아 지방으로 돌아와서 나자렛 이라는 동네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아기 예수님은 성장하여 ‘나자렛 사람’이라고 불린다. ‘나자렛 사람’을 들으니 떠오르는 성서 말씀이 있다.
“나자렛에서 무슨 신통한 것이 나올 수 있겠소?” (요한 1:46)
그렇다. 나자렛은 그런 동네였다.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그런 볼 품 없는 동네였고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이름이 있으나 이름이 없는 그런 동네였다. 간신히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돌아와서 성장했건만 기껏 우리의 구세주 예수님은 ‘나자렛 사람’이라고 불린다.
한 해를 돌아보면 우리 모두에게 크고 작은 위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각자의 이집트로 피신하기도 했을 것이고 돌아와서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기도 했을 것이다. 올 한 해 동안 나는 어떤 사람으로 불리길 바랐던가? 지금 나는 어떤 사람으로 불리고 있는가? 그것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그런 물음 속에서 그림책 ‘난 잘 도착했어’ (김유림 글·그림, 책빛) 가 떠올랐다.
무거운 짐을 양손에 들고 떠나온 주인공은 설레는 마음으로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설레는 마음도 잠시, 계획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온갖 어려움을 다 겪은 후에 겨우 숙소에 도착한다. 그러나 도착한 숙소는 너무도 낯설었고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였다. 게다가 자꾸 혼자라는 생각만 들었다. 침대에 누웠지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주인공은 생각한다. “난 잘할 수 있을까?”
아침 햇살에 잠을 깬 주인공은 이제 혼자인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창 밖 풍경을 보게 되고 조금 망설이다가 뒷마당으로 나와서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난 잘 도착했어.”
올 한 해 동안 크고 작은 위기를 넘기고 때로는 이집트로 피신하기도하며 지금에 다다른 나를 본다. 도착한 곳이 ‘나자렛’이라서 좋다. 그분이 밟은 땅을 나도 밟고 그분이 바라본 하늘을 나도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새해에도 그분과 함께 기꺼이 보잘 것 없는 ‘나자렛 사람’ 불리길 바란다. 여기에 그분의 새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벗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다. “난 잘 도착했어.”
심미경 아가타 사제(포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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