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하느님께 - 욥기 38:1-7, 34-41 (이신효스테파노부제(주교좌교회))
2024.10.22
사랑하는 나의 하느님께 – 욥기 38:1-7, 34-41 이런 상상을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요?우리는 완전한 평야에 있다고 상상합니다. 내가 서있는 곳에서 1km가 떨어져 있는 사람을 보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만약 그 거리가 5km면 어떨까요?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 하더라도 그 거리 있는 사람을 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그 거리가 동쪽 끝에서 서쪽 끝이라면 어떨까요? 우리는 우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거기 있다고 전해 들을지라도, 그가 있다는 것조차 의심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너무 멀어서 그를 느끼는 어떠한 가능성도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지요.이제 잠시 시선을 바꿔서 내가 양쪽에 있는 두 사람이 아니라 그 광경을 지켜보는 ‘전지적 작가’라고 상상해보십시다. 그 둘 사이 1km 상공에서 그들..
타자를 위해 내어놓는 삶 – 마르 10:17-31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은 우리가 어디를 향해 떠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어디로부터 떠나는가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떠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자기 자신의 현실 속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것입니다. 끝과 시작처럼 떠난다는 것과 되돌아온다는 것은 하나입니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남으로써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것입니다. 최승자의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중의 발췌 내용입니다. 오늘 말씀 중에 어떤 사람이 달려와서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묻습니다. “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던 그 사람은..
최선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의 삶 – 마르 10:2-16 우리는 종종 '적당히 하자'는 말을 사용합니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차선책을 선택하는 것으로 만족하곤 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이혼 문제가 이러한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당시 사회에서 이혼은 주로 여성에게 불리했습니다. 여성들은 경제활동에 제약이 많았고, 이혼한 여성이라는 낙인으로 인해 삶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을 덜기 위해 종교적 권위에 기대어 이혼장을 요청했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모세가 이혼장을 써 주고 아내를 버리는 것을 허락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에 대해 다른 견해를 보이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한 몸으로 창조하셨기에 사람이 나누어서는 안 된다." 오늘날 교회..
그 때와 그 자리에 님이 있을 때 - 요한 1:47-51, 김대식 토마스아퀴나서 사제(서대구교회)
2024.09.28
그 때와 그 자리에 님이 있을 때 – 요한 1:47-51 물리적 세계에서는 한 측면을 알게 되면 그 계의 다른 측면의 지식을 배제하게 됩니다. 이것은 물리학자 닐스 보가 주장한 ‘상보성의 원리’라는 이론입니다. 이를 함석헌의 ‘임이 오신다’는 시와 더불어 오늘의 복음을 번안한다면, 님이 오신다고 서둘러 소지를 하고 님이 오신 곳과 님이 거처할/당도할 곳을 계속 생각하며 일을 하지만, 정작 자신의 자리, 자기 자신의 맘, 자기 자신의 때에 대해서는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자기 자신의 맘, 맘이 머물고 있는 지금의 때, 자리입니다. 나타나엘이 머물고 있었던 때, 그 자리를 알고 있었던/보고 있었던(εἶδόν) 것은 과거의 그 때 그 자리는 항상 지금 여기에서 보았다는 것입니다. ..
사람을 섬기는 사람 - 마르 9:30-37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길에서 무슨 일로 논쟁하였느냐?” 물으십니다.사실 이러한 논쟁은 제자들이 예수님과 지내던 내내 각자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던 유혹이며 욕망에서 터져 나온 것입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감추며 은근히 경쟁하고, 겉으로는 진정한 형제애를 사는 척한 결과입니다.첫 자리, 높은 자리와 영향력, 주도권을 쥐는 자리인 “가장 큰 사람”에 집착하고 있을 때, 주님은 다가올 십자가를 말씀하셨습니다. 선생은 ‘고난받는 종’으로서 자기 생명을 내어줄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 제자들은 스스로 스승이 되거나 높은 사람이 될 것만을 생각합니다. 선생은 섬김을 말하고, 제자들은 지배와 통치를 생각합니다.인간은 본성적으로 “큰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