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고 따라나섰다 – 마르10:46-52 앞을 보지 못하는 걸인 바르티매오가 예수께 눈을 뜨게 해달라고 간청하자 예수께서는 그의 눈을 뜨게 해주셨습니다. 이것이 오늘 본문의 주된 내용입니다. 그러나 앞 못 보는 이가 예수님을 통해 앞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 본문의 메시지는 아닙니다. 자비를 구하며 눈을 뜨게 해달라는 바르티매오의 요청에 예수님은 ‘가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구했다)’고 말씀하십니다. 네 믿음이 네 눈을 뜨게 했다거나, 네 눈을 고쳤다고 말씀하지 않으시고 ‘살렸다(구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눈을 뜨게 되었으니 빌어먹지 않게 되어 굶어 죽을 걱정이 없어졌다는 말씀은 아닙니다. 예수님과 바르티매오 사이에 일어난 일은 단순히 바르티매오의 장애를 고친 일이 전부가 아닙니..
타자를 위해 내어놓는 삶 – 마르 10:17-31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은 우리가 어디를 향해 떠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어디로부터 떠나는가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떠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자기 자신의 현실 속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것입니다. 끝과 시작처럼 떠난다는 것과 되돌아온다는 것은 하나입니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남으로써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것입니다. 최승자의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중의 발췌 내용입니다. 오늘 말씀 중에 어떤 사람이 달려와서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묻습니다. “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던 그 사람은..
그 때와 그 자리에 님이 있을 때 - 요한 1:47-51, 김대식 토마스아퀴나서 사제(서대구교회)
2024.09.28
그 때와 그 자리에 님이 있을 때 – 요한 1:47-51 물리적 세계에서는 한 측면을 알게 되면 그 계의 다른 측면의 지식을 배제하게 됩니다. 이것은 물리학자 닐스 보가 주장한 ‘상보성의 원리’라는 이론입니다. 이를 함석헌의 ‘임이 오신다’는 시와 더불어 오늘의 복음을 번안한다면, 님이 오신다고 서둘러 소지를 하고 님이 오신 곳과 님이 거처할/당도할 곳을 계속 생각하며 일을 하지만, 정작 자신의 자리, 자기 자신의 맘, 자기 자신의 때에 대해서는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자기 자신의 맘, 맘이 머물고 있는 지금의 때, 자리입니다. 나타나엘이 머물고 있었던 때, 그 자리를 알고 있었던/보고 있었던(εἶδόν) 것은 과거의 그 때 그 자리는 항상 지금 여기에서 보았다는 것입니다. ..
거미 - 마르 6:14-29 덫을 놓고 산다살기 위해누구라도 걸리면가차없이 독침을 놓고줄로 칭칭감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자연의 순리인지궁여지책인지목구멍이 포도청이라,잘 지은 집 하나 장만하고평생 감옥에 갇혔다아, 인생이여 주일 복음 본문은 세례자요한의 죽음의 상황을 들려준다. 예수님은 그를 향해 “사람이 낳은 이 중에 가장 큰 사람”이라 했던가…, 그러나 그의 죽음은 너무나 어이없는 너무나 가벼운 죽음이 되어 버렸다. 성서를 쓴 남자들은 헤로데의 죄를 덮으려고 한을 품은 여인, 헤로디아에게 죄를 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술에 취한 헤로데는 헤로디아의 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약속을 하여 결국 자신의 덫에 걸려, 그가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있던 세례 요한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
부활 속의 공현 알렐루야! 우리교구 위에 부활의 환호성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실재, 현실성은 증인들의 눈앞에서 일어난 그리스도의 현현으로 입증되었습니다. 고린토교회에 사도 바울로가 전하는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두 가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나타나심입니다. 즉 예수님께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신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부활과 함께 여러 사람에게 나타나셨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신 고린토전서 15장, 오늘 전례독서 본문에는 그렇기 때문에 ‘나타나셨다(보이셨다)’는 단어가 6번이나 반복해서 쓰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교리차원에서 믿는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생생한 사건이며 실재입니다. 초대교회들, 고린토교회, 고르넬리오 가정교회에서 중요한 것, 분명한 것은 예수 그리..
예수님의 뒤, 곧 나의 자리 – 마르 8:31-38 예수께서 당신의 고난과 죽음과 부활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그 말씀 가운데 무엇에 집중하게 됩니까? 내 안의 무엇이 그 말씀으로 향하게 하는지 곰곰이 나를 들여다봅니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듣고 항의하는 베드로에게 당신의 뒤로 물러가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며 예수님의 뒤로 물러간다는 것이 나에게는 어떻게 다가옵니까? 천천히 깊게 호흡하며, 성령께서 사람의 일에 끌려다니는 나를 예수님의 ‘뒤’로 인도하여 주시길 기다려 봅니다. 다시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그분의 뒤를 바라봅니다.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는 길은 깊은 고독이 뒤따르는 고난의 길입니다. 그러나 피하고 싶은 이 길을 걸어 예수님의 뒤로 물러..
천벌(天罰)에서의 해방 – 마르 1:40-45 오늘 본문에서는 나병환자가 예수께 와서 병을 고쳐달라고 애원하고 예수님은 측은한 마음으로 그를 고쳐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나병은 한센병을 말하는데 한센균 또는 나균을 통해 감염되어 피부가 괴사 되고 진물이 나며 손톱, 발톱, 머리카락, 눈썹 등이 빠지고 신체의 일부가 썩어들어가는 병입니다. 지금은 2차 감염병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전염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 당시에 나병은 적절한 치료방법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병에 걸리면 천벌을 받았다하여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엄청난 고통 속에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예수님께 가까이 찾아온다는 것은 당시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나병환자는 용기를 내었고 예수님은 그를 ..
가파르나움 그날, "나는 이 일을 하러 왔다."(마르 1:21-38, 원성희 아모스 사제(서귀포교회))
2024.02.05
가파르나움 그 날, “나는 이 일을 하러 왔다.” 마르 1:21-38 마르코복음서에서 예수님의 공생애 첫 사역은 가파르나움에서 시작됩니다. 마르코 저자는 가파르나움 24시간, 한 날(안식일 아침 회장 예배부터 다음날 새벽 기도까지)을 통해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가파르나움 하루 동안 이루어지는 일들을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가파르나움의 첫 시작은 회당에서 가르치시는 일과 더불어, 더러운 악령 들린 사람을 고치시고(26절), 그 날 오후 열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베드로의 장모를 고치셨습니다(31절), 그리고는 같은 날 저녁 온 동네 사람들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고쳐주셨습니다(34절). 오전, 오후, 저녁 시간 흐름에 따라 치유와 관계 회복이 확대되는 모습을 볼..
폐기된 밤, 한 여인이 낳은 밤 - 루가 1:26-38 (김대식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서대구 교회)
2023.12.22
폐기된 밤, 한 여인이 낳은 밤 - 루가 1:26-38 “기뻐하시오. 은총을 입은 이! 주님이 함께 계십니다”(Χαῖρε, κεχαριτωμένη, ὁ κύριος μετὰ σοῦ; Ave, gratia plena, Dominus tecum). 천사의 인사말입니다. “보십시오.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 바랍니다”(Ἰδοὺ ἡ δούλη κυρίου· γένοιτό μοι κατὰ τὸ ῥῆμά σου/ Ecce ancilla Domini; fiat mihi secundum verbum tuum). 여인의 화응(和應)입니다. 천사의 전언과 마리의 응답은 마치 대구를 이루듯이 글맛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주님의 말씀을 가지고 오는 이의 말은 지금 당장 듣는 이에게 머무릅니다. 그 말은 곧..
교회의 아방가르드, 시대를 깊이 성찰하는 예언자 – 마르 1:1-8 성서는 전쟁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삶과 죽음 앞에서 늘 고단한 삶을 살았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평화는 너무나 간절했습니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 써 내려간 예언자들의 말씀이 성서라고 할 만큼, 이스라엘 민족은 전쟁의 승리를 가져다 줄 평화의 하느님을 늘 학수고대했습니다. 아방가르드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형식과 어법을 창조하는 예술계의 사조입니다. 프랑스어로 전쟁에서 가장 먼저 전장에 침투해 적의 동태를 살피는 척후병을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적의 숫자는 물론 각종 무기와 식량을 파악하고 산과 평야와 물줄기의 지형까지 파악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역량과 함께 상대편 백성들의 마음과 살림살이까지도 살피는 것입니다. 시대를 깊이 ..
기다림 각성 - 마태 25:1-13 혼인잔치는 천국잔치와 같이 신랑되시는 예수님을 따라 함께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슬기로운 자는 신랑을 기다리면서 켜야 할 등불의 기름을 넉넉하게 준비합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자는 등만 준비하고 기름을 준비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등이 아니라 기름입니다. 모두에게 불을 켤 수 있는 삶을 주시지만, 거기에는 함께 행해야 할 기름의 삶이 있습니다. 즉 하느님의 뜻을 따라 행하는 믿음이나 선한 행실을 말하고 가깝게는 긍휼을 베푸는 것으로 한마디로 사랑의 삶인 것 같습니다. 결국 사람들의 기대보다 신랑이 늦게 오면서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재림의 지연에는 잃은 자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하느님의 긍휼의 마음이 담겨져 있으나, ..
너희는 나를 누구라 생각하느냐? 나는 예수를 누구라고 생각하고 있나요? 이 세상의 인구가 70억이라고 친다면 70억개의 생각과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범위를 좁혀서 그리스도인들을 15억명이라고 가정하면 15억가지의 생각과 그에 따른 고백이 있습니다. 또 한 사람이 했던 예수에 대한 생각과 고백이 시간이 지나며, 삶 속에서 그의 경험 속에서 조금씩 변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성숙하게 고백하고, 때로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예수님을 고백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예수에 대한 생각과 고백은 그 끝을 헤아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예수에 대한 새로운 생각 정립되어, 누군가가 고백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상대방이 예수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어떻게 고백하는지 관심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래서..